[단독] 쿠팡 “판매자 계정 통한 개인정보 유출, 판매자 책임” 경고

지난 3일 판매자센터에 긴급 팝업 공지
“판매자 계정 양도·대여가 범행에 이용
그에 따른 손실 및 손해는 판매자 책임”

게티이미지뱅크

46만건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정황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실확인 절차가 진행 중인 쿠팡이 판매자 전용 누리집에 “판매자 계정 통한 범죄 피해 시 판매자 책임”을 강조하는 긴급 팝업 공지를 띄운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쿠팡은 “경각심 제고 차원의 정기 알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 “쿠팡 서버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온 쿠팡이 판매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누구나 쿠팡의 판매자로 등록해 팔고싶은 물건을 등록·관리할 수 있는 판매자센터 누리집 ‘쿠팡 윙’(wing.coupang.com)에 긴급 팝업 공지가 올라온 것은 지난 3일이다. 쿠팡은 ‘[긴급] 판매자 계정 양도 및 대여 관련 주의사항 안내’ 공지문에서 “최근 판매자들이 광고·구인 등 과정에서 계정을 양도·대여했다가 온라인 범죄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책임은 판매자들에게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이 판매자 전용 누리집 긴급 팝업 창을 통해 “판매자 계정 통한 범죄 피해시 판매자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 윙 누리집 갈무리

공지문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쿠팡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건이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쿠팡은 공지에서 “최근 광고대행 제안 또는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계정정보 제공을 요청하여, 양도 또는 대여받은 계정을 온라인 사기 범행에 이용하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용자 정보가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쿠팡은 자제 조사를 통해 해당 정보가 쿠팡과 ‘제3자’ 관계에 있는 판매자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긴급 공지 내용을 보면, ‘제3자’를 통한 유출이 단순히 해킹을 당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유통 과정에서 판매자가 계정을 또다른 업체에 양도·대여하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한 쿠팡은 공지를 통해 “판매자 계정정보가 양도·대여·유출로 제3자에게 공유되고, 그로 인해 온라인 사기 행위에 노출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실 및 손해에 대해서는 판매자가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며 “판매자가 계정정보 공유로 인해 온라인 사기 행위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계정정보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안내했다.

개인정보보호위 등 규제 당국이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엄격히 관리할 것으로 당부하고 규율하고 있으나, 정작 해당 기업들은 ‘보안의 약한 고리’일 수밖에 없는 중소 판매자들에게 그 책임을 떠미는 모양새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기준 쿠팡 활성 이용자는 1800만명에 달하고, 수십만명에 달하는 쿠팡 판매자 중 70%는 연 매출 30억 미만 소상공인들이다.

쿠팡은 “해당 팝업 공지는 판매자 계정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