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개인정보위가 오는 6윌부터는 부모와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셰어런팅’ 교육에 나선다. 개인정보위 가이드라인 갈무리
생후 6개월 된 아기의 기저귀 발진으로 고민하던 강아무개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검색 창에 엉덩이 관련 단어를 넣자, 아랫도리를 벗은 아기 사진부터 수영복을 입고 서있는 8~9살 어린이 뒷모습 사진까지 잔뜩 검색됐다. 발진 연고 후기, 수영복 구매 후기 등을 남기려 부모들이 자녀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한 배우가 옷을 입지 않은 아이 뒷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모가 자녀 사진을 무분별하게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셰어런팅’ 폐해가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어렸을 때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은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오는 6월부터는 부모와 교사 등을 상대로 한 셰어런팅 교육에 나선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각각 공유(share)와 부모(parents)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한 말로, 자녀의 일상을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서비스나 온라인 게시판 등에 올리는 부모를 뜻한다. 아동 권리 보호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2021년 11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주기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모가 별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 자녀 쪽에서는 숨기고 싶은 장면일 수도 있어서다. 2016년에는 캐나다 캘거리에 사는 13살 청소년과 오스트리아 카린시아의 18살 청소년이 각각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해온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미국의 유명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딸 사진에 10대 딸이 직접 “내 동의 없이 사진 올리지 말라”는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성년 자녀의 권리 보호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2021년 3월 국제연합(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 프라이버시권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의 권리’로 규정하고, 각 나라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 동의 없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최대 4만5천유로(6300만원)의 벌금이나 1년 징역형에 처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개인정보위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데 이어 각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사회관계망(SNS) 상에 아동의 사진이나 영상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온라인 상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고,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유아기 아동의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은 아동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는 6월부터는 개인정보위가 직접 셰어런팅 교육에 나선다. 아동·청소년 자녀가 있는 학부모와 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10회에 걸쳐 가정과 학교에서 사진 공유 시 유의 사항을 교육할 계획이다. 양청삼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국장은 “부모가 사회관계망에 올린 자녀의 일상 사진으로 자녀의 얼굴과 일상생활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개인정보 교육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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