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출시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GPT)는 두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에 도달해 가장 빠르게 보급된 인기 기술이지만,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인공지능계의 거물인 요슈아 벤지오, 스튜어트 러셀 교수 등이 ‘삶의 미래 연구소’(FLI)와 함께 발표한 “인공지능 연구 6개월 유예” 제안은 6월 현재 서명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의 운영체계를 해킹했다”는 기고를 실어, 우려를 보탰다. 딥러닝의 신경망 구조를 개발해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인공지능이 우리보다 더 똑똑해질 것 같다”며 “나쁜 의도를 지닌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표명한 뒤 인공지능 개발 경쟁을 경고하고 10년간 몸담아온 구글에서 퇴직했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애틀랜틱> 기고에서 “인공지능으로 진짜와 구별하기 힘든 위조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위조된 디지털 인간이 우리 문명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을 통제하는 강력한 집단이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게 데닛의 우려다. 지난달 30일엔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등이 비영리단체 인공지능안전센터(CAIS)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의 절멸 가능성’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핵전쟁과 신종 전염병에 빗댔다.
인공지능 충격이 전세계를 휩쓸던 2016년 알파고 때와 비교하면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위험성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무어의 법칙’ 속성상 디지털 기술은 쉼 없이 발달하는 게 당연한데, 왜 인류 생존 위기까지 거론되는 것일까? 하라리와 데닛의 우려처럼, 언어의 달인이 된 인공지능을 장악한 집단이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하고 사회와 개인을 조종할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개인과 사회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오는 16일 오전 8시30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챗지피티 시대, 인간과 인공지능 공존의 조건’을 주제로 제2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을 열어 심층적 논의를 펼친다. 인공지능 담론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의 공동설립자이자 부소장인 제임스 랜데이를 비롯해,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프랭크 패스콸리 <블랙박스 사회> 저자, 드루 헤먼트 에든버러대 교수 등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열띤 논의를 할 예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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