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게임 신작’ 쏟아진다…11월 지스타, 벌써 꽉 차

장르·플랫폼 타파로 글로벌 시장 공략 눈길
‘지스타’ 신청 조기 마감…“게임 대상 내꺼”

엔씨소프트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콘솔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 엔씨소프트 제공

일상회복 1년이 지나며 게임 신작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체제가 마무리돼 정상 출근 체제로 전환한 뒤 1년이 지나면서 신작 출시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오는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참가 신청도 엔씨소프트 등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조기 마감됐다. 게임업체들이 재택근무 체제 전환 이후 빚어졌던, 신작 출시 지연에 따른 실적 저조 흐름과 게임서비스 질 저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게임 신작 풍년…“올해 게임 대상은 내꺼!”

21일 게임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조치 이후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게임업체들의 신작 발표가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피시(PC)와 모바일(스마트폰)을 함께 지원하고, 장르와 플랫폼을 타파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업체가 많아진 게 눈에 띈다.

컴투스홀딩스가 오는 27일 출시 예정인 ‘제노니아’. 컴투스홀딩스 제공

컴투스홀딩스는 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노니아’를 오는 27일 글로벌 출시한다. 스마트폰 등장 초기 컴투스홀딩스(당시는 게임빌)가 동명으로 내놔 미국시장에서 첫 매출 1위에 올랐던 역할수행게임(RPG)의 아이피(IP)를 활용한 것으로, 관계사 컴투스가 개발했다. 이용자 간 대규모 전투 콘텐츠 ‘침공전’과 협동을 통해 보스를 쓰러뜨리는 ‘보스 레이드’ 등이 특징이고, 피시와 스마트폰 사용자가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게임대상 수상을 노려볼만 한 야심작”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하이브리드 어드벤처 장르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를 오는 28일 글로벌 피시게임 플랫폼(스팀)을 통해 출시한다. 블루홀을 탐사하며 해양 생물을 포획하는 어드벤처와 포획한 해양 생물로 초밥집을 운영하는 타이쿤 장르가 결합됐다. 포획한 해양 생물로 자금을 충당하는 샵 매니지먼트와 게임 오버 시 포획 또는 습득한 재료들이 사라지는 로그라이크적 요소가 더해져, 게임의 완급 조절 및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넥슨은 아이템 수집이 강조된 슈팅 게임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 개발도 마무리 작업 중이다. 8월 중 플랫폼 간 교차 플레이 베타테스트를 거쳐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퍼스트 디센던트는 언리얼 엔진 5로 개발 중인 넥슨의 차기작으로, 피시·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등 플랫폼 이용자들이 동시에 만나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올 하반기 기대작”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야심작 ‘더 퍼스트 디센던트’. 넥슨 제공

네오위즈는 미국·유럽 시장을 겨냥해 준비해온 신작 콘솔게임 ‘피(P)의 거짓’을 9월19일 출시한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특징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지난 9일 데모 버전 공개 뒤 미국과 유럽 등 국외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호평이 쏟아졌다. 이 업체는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개인용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다”며 “모바일 중심의 국산 게임 플랫폼을 콘솔 쪽으로 넓히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도 피시-콘솔 게임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을 하반기 중 내놓는다. 국내 서비스는 직접 하고, 미국·유럽 등 글로벌 서비스는 아마존게임즈가 맡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국내 이용자 1만명을 대상으로 PC버전 테스트를 끝냈고, 지금은 아마존게임즈가 미국·유럽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크니컬 테스트 참가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 테크니컬 테스트란 게임이 개인용컴퓨터,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각 기기에서 잘 플레이되는지, 장애 발생 요인은 없는지를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티엘을 ‘포스트 리니지’ 게임으로 꼽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했고,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 공략하기 쉽지 않다. 콘솔게임 중심의 미국·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티엘을 기획했다. 리니지와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모델)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시장에서 새 아이피(IP) 게임으로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1일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를 열어 하반기 출시할 대표 신작으로 소개한 게임들. 넷마블게임즈 제공

넷마블게임즈는 오는 29일 사전 출시하는 대규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그랜드크로스:에이지 오브 타이탄’을 포함해 올해 안에 9종의 신작을 내놓는다. 이 업체는 지난 1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단했던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를 다시 열어, ‘신의 탑: 새로운 세계’와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출시를 앞둔 신작 3종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플랫폼과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신작을 내놔, 신작 출시 저조에 따른 실적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신작 대다수가 모바일과 피시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고, 장르도 엠엠오알피지, 액션 알피지, 수집형 알피지, 캐주얼, 전략, 방치형 등 다채롭게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실시간 모바일 전략 게임 신작 ‘디펜스 더비’ 글로벌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독립 개발사 라이징윙스가 개발 중으로, ‘타워 디펜스’ 장르 게임에 심리전과 카드 간의 전략적인 시너지효과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총 4명의 플레이어는 각자의 덱을 구성해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몰려드는 몬스터로부터 성을 방어해야 한다. 사전 예약에 참여한 이용자 전원에게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카드와 스킨 등이 담긴 ‘웰컴 패키지’가 지급된다.

■ “신작으로 실적 반등”…‘지스타’ 참가 신청 조기 마감

국내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신작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을 겪어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 개발은 몰입과 집중이 중요하고, 게임업체 매출은 발빠른 신작 출시에 달렸는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등으로 느슨해지며 신작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상회복으로 정상출근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신작 개발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출시 예정 게임 신작 중에는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전 출시가 예고됐던 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게임업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게임 품질 저하 논란까지 겪었다.

이에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직전 출시한 게임으로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후반기에는 신작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넥슨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의 실적이 정체되거나 저조해졌다. ‘쓰리엔(3N)’으로 꼽히던 넷마블게임즈는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엔씨소프트 영업이익도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

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지스타 참가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는 것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 신작 뿐만 아니라 내년 출시를 위해 사전 마케팅을 필요로 하는 신작들도 많이 에정돼 있다는 뜻”이라며 “신작 발표 행보가 활발해진만큼, 이제부터는 타율(신작 수 대비 성공 반열에 든 게임 수)이 업체별 희비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