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챗지피티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앤스로픽이 생성형 인공지능 ‘클로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인 ‘클로드.ai’와 전문가용 유료 서비스인 ‘클로드프로’ 2가지 버전이다. 앤스로픽은 챗지피티를 만든 오픈에이아이 출신이 2021년 창업한 회사로 구글·세일즈포스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아마존으로부터 40억달러(약 5조4천억원) 투자를 받았다. 국내 에스케이텔레콤(SKT)도 1억달러(약 1350억원)를 투자하고 인공지능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클로드는 챗지피티와 유사하다. 생성 인공지능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고 응답한다.
클로드는 문서를 요약해 주는 기능이 탁월하다. 10MB 용량 이하의 문서를 사용자가 직접 올리면 바로 요약해준다. 챗지피티에는 없는 기능이다. 각종 논문과 보고서를 읽고 요약하는 번거로움도 줄여준다. 엑셀 파일 형식으로 된 재무 문서를 업로드하면 매출·순이익 등도 정리해 주고 정확도가 꽤 높다는 평이다. 50페이지 분량의 솔루션 매뉴얼(PDF)을 업로드하고 요약해달라고 했다. 개요·특장점 등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솔루션 가격을 물었더니 “제공된 PDF 파일에는 가격 정보는 없지만 홈페이지에 명시된 내용을 봐서는 대략적인 금액이 얼마 정도 될 것”이라고 문서에 없는 정보까지 척척 알려준다. 덧붙여 “정확한 가격은 사용자 수, 트래픽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정확한 건 솔루션 웹사이트나 영업팀에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까지 제시한다. 제법이다.
일부러 잘못된 정보로 질문을 던져봤다. ‘김홍도 장군’에 대해서 물어봤다. 김홍도 장군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학습해서 앞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대답한다. 반면 챗지피티는 김홍도는 조선 16세기 말에 출생했고 임진왜란에 중요한 전쟁지휘관 중 하나로 활약했다고 틀린 답변을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모든 답변의 정확도에서 클로드가 높은 것은 아니다. 질문에 따라서 챗지피티가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클로드는 전반적으로 질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구사하는 어휘력이 풍부하다. 예를 들면, 책을 많이 읽은 박식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클로드에게 챗지피티에 비해서 클로드의 장점을 물었더니 클로드는 사용자 의도 파악이 정확하고 무엇보다 윤리적 기준에 따라서 인공지능 안정성 확보를 위해 검증 절차를 철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3일 앤스로픽은 클로드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새로운 윤리 규범을 발표했다. 연령·성별·소득·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1천명과 온라인 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75개 원칙이 클로드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이다. 이 헌법을 클로드가 잘 지키고 있는지 꾸준히 트레킹하고 결과치를 논문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람도 아닌데 헌법이라고? 처음 들었을 때 낯설고 웃음까지 나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여러 판단과 결정을 하고, 그 결과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인간 세상처럼 기준과 법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에게 적용할 법률은 개발자나 내부인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