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선보인 새로운 아이폰의 모습
애플, WWDC에서 아이폰 4 발표, 같은 날 발표된 갤럭시S 직격
최고사양 홍보, 즉흥적 제품 발표 안먹혀
최고사양 홍보, 즉흥적 제품 발표 안먹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7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폰 4’를 공개했다. 새벽부터 국내 블로거와 트위터 등의 개인 매체들은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아이폰 4 소식으로 뒤덮였다. 며칠 전부터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세계 최고 사양’, ‘제대로 된 아이폰 대항마’라며 삼성의 갤럭시S를 띄우려 애썼지만 잡스의 발표 이후 삽시간에 시들해졌다.
허를 찌르는 고사양
높은 사양보다는 최적화에 주력했던 애플의 지난 행보 때문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폰 4 또한 ‘무난한 하드웨어’에 ‘앱스토어 중심의 탁월한 사용편의성’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하드웨어에서는 갤럭시S가 아이폰 4를 쉽게 앞설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아이폰 4는 이런 예상들을 자체설계한 1GHz A4 프로세서와 960X640 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뒤엎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수치만 보면 자체개발한 1GHz 프로세서와 800X480 해상도 AMOLED 디스플레이를 내세우는 갤럭시S보다 더 매력적인 사양이다.
아이폰 4의 500만 화소 카메라는 캠코더급의 HD 동영상을 지원한다. 어두운 곳에선 LED 플래시가 촬영을 돕는다. 사용자들의 요청이 많았던 화상통화용 전면 카메라도 추가됐다. 모바일 기기 최초로 회전하는 물체의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자이로스코프 기능도 갖췄다. 반면 두께는 12.3mm에서 9.3mm로 얇아졌고, 배터리 용량은 1200mA에서 1500mA로 늘어났다. A4 프로세서의 저전력설계 덕분에 사용시간이 40%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아이폰 4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던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CPU가 느리다, 화면의 해상도가 낮다, 영상통화가 되지 않는다, 배터리 교체가 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등의 헐뜯기 마케팅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소비자를 업고 판을 새롭게 짜다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와 앱스토어를 통해 기존 음반시장과 통신시장의 규칙을 깨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했고, 음반사와 통신사를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룰 앞에 굴복시켜왔다. 와이파이를 통해 아이폰 4끼리 공짜로 화상통화할 수 있는 ‘페이스 타임’ 기능은 이동통신사가 정해놓은 돈벌이 규칙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통화를 차세대 이동통신의 주요 수익모델로 잡아놓은 통신사들에는 초비상이 걸릴 문제지만, 칼자루를 잡은 애플은 여유롭다. 이러한 규칙파괴에 열광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 대항마들을 위해 아이폰 3GS가 국내에 출시된 직후 삼성은 옴니아2로 아이폰에 도전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환승요금만 내면 누구나 갈아탈 수 있다는 의미의 ‘버스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영향력을 잃어갔다. 아직도 신제품 이미지가 남아 있는 LG의 안드로원이나 모토롤라의 모토로이가 그랬고, 현재 대대적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퍼붓고 있는 갤럭시A도 갤럭시S에 밀려 버스폰 신세가 될 처지다. 스마트폰에 관심없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제때 운영체제(OS)가 업데이트된다든지 하는 변치않는 의리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하드웨어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OS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주는 아이폰과는 대조적이다) 헐값에 막차를 잡아탄 사람들은 덜 억울하겠지만 처음부터 제 값을 주고 산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배신의 기억을 마음 속에 쌓는다. 그리고 배신이 계속될수록 등을 돌린다. 한 블로거는 출시 전부터 언론과 홍보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광고를 벌이던 갤럭시 S와 얼마 전 직원의 실수로 테스트 제품이 유출된 것 외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던 아이폰 4의 행보를 두고 ‘마치 6·2 지방선거를 보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지방선거의 승자가 국민이었다면 스마트폰 전쟁의 승자는 소비자다. 조승현 shcho@hani.co.kr
아이폰 4G 영상통화기능 페이스타임 사용예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와 앱스토어를 통해 기존 음반시장과 통신시장의 규칙을 깨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했고, 음반사와 통신사를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룰 앞에 굴복시켜왔다. 와이파이를 통해 아이폰 4끼리 공짜로 화상통화할 수 있는 ‘페이스 타임’ 기능은 이동통신사가 정해놓은 돈벌이 규칙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통화를 차세대 이동통신의 주요 수익모델로 잡아놓은 통신사들에는 초비상이 걸릴 문제지만, 칼자루를 잡은 애플은 여유롭다. 이러한 규칙파괴에 열광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 대항마들을 위해 아이폰 3GS가 국내에 출시된 직후 삼성은 옴니아2로 아이폰에 도전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환승요금만 내면 누구나 갈아탈 수 있다는 의미의 ‘버스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영향력을 잃어갔다. 아직도 신제품 이미지가 남아 있는 LG의 안드로원이나 모토롤라의 모토로이가 그랬고, 현재 대대적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퍼붓고 있는 갤럭시A도 갤럭시S에 밀려 버스폰 신세가 될 처지다. 스마트폰에 관심없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제때 운영체제(OS)가 업데이트된다든지 하는 변치않는 의리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하드웨어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OS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주는 아이폰과는 대조적이다) 헐값에 막차를 잡아탄 사람들은 덜 억울하겠지만 처음부터 제 값을 주고 산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배신의 기억을 마음 속에 쌓는다. 그리고 배신이 계속될수록 등을 돌린다. 한 블로거는 출시 전부터 언론과 홍보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광고를 벌이던 갤럭시 S와 얼마 전 직원의 실수로 테스트 제품이 유출된 것 외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던 아이폰 4의 행보를 두고 ‘마치 6·2 지방선거를 보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지방선거의 승자가 국민이었다면 스마트폰 전쟁의 승자는 소비자다. 조승현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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