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언론인·판사·방송인 등 상대
인터넷 등서 개인정보 수집뒤
SNS 등에 공개해 ‘사적 보복’
언론인·판사·방송인 등 상대
인터넷 등서 개인정보 수집뒤
SNS 등에 공개해 ‘사적 보복’
최근 한 여성 방송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한 중앙일간지 논설위원이 지난 13일 ‘나는 꼼수다’ 현상을 주제로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회에 나와서 누리꾼들이 경박하다고 비난하자, 곧바로 이 논설위원이 음주운전을 한 정황이 있다는 사진들과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가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과 곧이어 차량 운전에 나서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며칠 뒤 또다른 중앙일간지 기자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해당 기자는 지난 16일 신문에 한 중학교 교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시험문제를 출제했다며, 교사의 트위터 계정과 근무지역, 담당 과목, 성과 나이 등을 보도해 누구인지를 손쉽게 특정할 수 있게 했다.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비비케이(BBK) 관련 소송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자, 급기야 주심을 맡은 대법관의 이력과 가족 등에 관한 정보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전파됐다.
이들 현상 모두 특정인에게 반감을 품은 사람이 상대방의 사적인 정보를 공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개된 사적 정보가 비난하려던 상대의 논리나 주장과 직접적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정보라는 점도 같다. 여성 방송인의 사생활 동영상을 공개한 사람은 한때 서로 친밀한 관계였으나 관계가 깨진 뒤 상대편에게 배신과 폭행(린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위해 사생활을 폭로한다고 밝혔다. 방송 토론회에서 누리꾼이 경박하다고 주장한 논설위원이 현실에선 음주운전을 하는 정황이 있는 등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었다. 재판 결과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이 판사와 가족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판결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공격의 대상이 된 이들은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신뢰도와 대중적 이미지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이를 훼손하려는 게 공격의 주된 의도였다. 체벌이 흔했던 시대에도 낙인찍기를 통한 명예형은 주요한 형벌 수단이었다. ‘신상 털기’ 형태로 개인에 대한 사적 공격이 자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군가의 은밀한 모습을 찾아내 공개하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공적 공간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의 약점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내기는 쉬워졌고, 그 정보가 유통될 때의 부정적 영향력 역시 커졌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결혼식이나 집회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망신을 줘 난처하게 만드는 사례는 더러 있었다. 인터넷은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공격 대상의 약점도 찾기 쉬운 공간이다. 과거엔 자연스레 잊혀지던 사소한 부정적 기억도 인터넷에서는 ‘디지털 낙인’으로 영구히 보존되어 손쉽게 검색되고 유통된다. 프라이버시 공격을 통한 평판의 손상을 노리는 보복이 등장한 까닭이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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