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아이템 결제 ‘요금 폭탄’ 주의보 발령

청소년들, 부모 스마트폰으로 몰래 아이템 구입
취소 안돼…소비자원 접수 게임 관련 피해 중 1위

최근 청소년들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몰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피해를 입는 일들이 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아무개씨는 최근 90만원에 가까운 휴대폰 요금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사연을 알아봤더니, 7살짜리 딸이 지난 여름방학 동안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 80만원어치의 모바일게임 아이템을 소액으로 결제한 것이 누적된 것이었다. 김씨가 일전에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했었는데, 딸 아이가 게임을 하면서 이 정보를 이용해 결제를 해왔던 것이다. 앱 마켓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지만, “외국의 게임개발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라”는 답변만 들었다. 일러준 외국의 게임개발 회사에도 전자우편을 통해 사정을 설명하고 결제 취소를 요청했지만, 환불이 안 된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최근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미성년 자녀가 게임 아이템을 사려고 부모의 동의 없이 수십만원을 결제하는 바람에 피해가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올 상반기에 접수한 게임 관련 소비자 불만 1865건을 분석했더니,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결제 취소 거절(25.2%)이 1위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다음으로 서비스 불안정 등 게임 품질 미흡(17.4%), 해킹이나 게임 회사의 관리 부실 등 사후 서비스 미흡(13.7%), 일방적인 계정 정지 및 아이템 회수(12.6%) 등의 순이었다.

특히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결제했다가 입은 피해 가운데 대부분(88.7%)이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는 자녀가 부모 휴대폰으로 모바일게임을 하면서 이전에 부모가 입력해둔 신용카드 정보 등을 이용해 손쉽게 게임 아이템 등을 소액 구매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템 등을 구입하는 경우 민법 제5조 및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온라인게임서비스업, 모바일콘텐츠업)에 따라 결제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명의로 된 휴대폰을 자녀가 사용하다가 부모 신용카드번호 등을 이용해 결제가 이뤄졌다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모바일앱 마켓 이용 때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설정하고 이동통신사에 소액 결제와 정보 이용료 차단을 요청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 15분 또는 30분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기본 설정돼 있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등 해외 앱 마켓의 경우 ‘환경 설정’에서 ‘결제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앱 마켓의 경우 비밀번호 입력이 ‘선택사항’이므로 반드시 ‘환경 설정’에서 비밀번호를 설정할 것을 권했다. 또 앱 마켓 유료 결제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면 앱 마켓 계정과 연동된 신용카드 정보를 아예 삭제하는 것도 게임과 관련한 ‘요금 폭탄’을 피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최익림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