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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ICT 정책결정 변방’ 한국, 강국 지위 오를까

등록 2014-10-08 19:07수정 2014-10-08 21:14

‘ITU 전권회의’ 20일부터 3주간 부산서 열려
흔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2014 아이티유(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가 오는 20일부터 3주 간의 일정으로 부산에서 열린다. 세계 193개국의 정보통신 분야 장관들을 비롯한 정부 대표 3000여명과 관련 기업, 특별행사 참가자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약 30만명이 부산 해운대 일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티유는 인터넷, 통신 규제, 정보통신 표준, 사이버 보안, 위성·전파 등의 주제를 다루는 유엔(UN)의 정보통신 전문 국제기구다. 이 기구의 전권회의는 4년마다 회원국 장관들이 참석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최고위급 총회다. 4년마다 5개 대륙을 돌아가며 열리는데, 아시아에서는 지난 1994년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20년 만에 부산에서 열리게 됐다.

전권회의에서는 국가간 정보격차 완화를 위한 노력이라든가 사이버 보안을 위한 국제적 협력, 장애인의 정보통신 접근권 보장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의제를 다뤄왔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전권회의에 의제를 제안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 기술과 기업의 세계시장 선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제를 제안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작업반을 구성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2가지 의제를 마련했다.

첫째, ‘ICT 어플리케이션 활성화를 통한 융합 혜택의 활용’ 의제는 ICT 응용기술을 다른 산업에 적용해 해당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의제인 ‘글로벌 연결 세상 대비를 위한 사물인터넷 촉진’은 미래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 및 제도 정비에 대한 아이티유의 역할을 강조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아태지역회의에서 두 가지 의제에 대한 공동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번 전권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게 됐다. 이들 의제가 이번 전권회의 최종 결의안으로 채택되면, 앞으로 아이티유는 다양한 분과회의와 산하기구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하게 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두 의제가 아이티유 결의안에 채택될 경우 글로벌 시장 형성과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의 시장 선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ICT 외교·정책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우리가 제안한 의제가 최종 결의안으로 채택되도록 외교적 교섭과 논리 검토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ICT기술 응용·사물인터넷
한국, 두가지 의제 첫 제안
“정책 강국으로 발돋움 목표”

‘글로벌 표준’ 실권한 가진
표준화총국장 자리에
카이스트 이재섭 교수 입후보

말레이 항공 실종 계기
‘위성 위치추적’ 결의할듯

아이티유 전권회의에서 추상적인 정책방향만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티유의 가장 유명한 성과물 가운데 하나가 긴급 구조신호인 ‘SOS’다. 1800년대까지 조난신호는 ‘CQD’(Come Quick Danger) 였다. 통신수단으로 모스부호가 널리 쓰이던 시절이었는데, 기상 등의 이유로 송수신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CQD는 판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SOS는 모스부호로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두드리는 형태여서 전송과 해독이 쉬웠다. 아이티유의 전신인 국제무선전신연합은 1908년부터 SOS를 국제 조난신호로 쓰도록 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이번 전권회의에서도 SOS와 유사한 의제가 논의된다. 지금까지 항공기의 위치추적을 지상 레이더를 통해 해왔는데 앞으로는 위성을 이용해 우주에서 하자는 의제가 전권회의에 상정된다. 이 의제는 지난 3월8일 말레에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을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돼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 사고가 계기가 됐다. 이번 전권회의에서 항공기 위치추적을 위한 위성주파수 할당이 결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전권회의에서는 아이티유 사무총장 등 고위선출직 5명, 이사국 48개국, 전파규칙위원회(RRB) 위원 12명 등 총 65개 의석에 대한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아이티유 표준화총국장과 이사국 동시 진출을 노린다. 표준화총국장은 차세대 정보통신, 인터넷 정책 등 정보통신기술 글로벌 표준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표준화총국의 수장이다. 미래부는 2013년 표준화총국장 출마를 결정하고 공모를 통해 카이스트(KAIST) IT융합연구소 이재섭 박사를 입후보자로 선정했다. 터키와 튀니지도 표준화총국장 후보를 냈다. 우리나라는 1989년 이후 6연속 이사국으로 선출됐는데, 이번에 7연속 선출을 노린다. 아태지역 13개 자리를 놓고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18개국이 경쟁 중이다. 표준화총국장 선거는 오는 24일 치러질 예정이다. 미래부는 “특히 표준화총국장은 우리 기술과 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주요 직위”라며 “외교부와 긴밀히 협력해 선거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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