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티(T)맵’을 운영하는 에스케이(SK)플래닛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인수해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 사이에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지난해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을 둘러싸고 에스케이플래닛이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에스케이플래닛은 “김기사가 티맵의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2일 밝혔다. 에스케이플래닛은 김기사가 티맵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기로 한 계약기간이 지난해 8월로 끝났고 유예기간마저 지났는데도 정보를 계속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료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인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은 2011년 에스케이플래닛과 계약을 맺고 ‘티맵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제공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두 회사는 데이터 사용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고 같은 해 8월에 계약이 끝났다. 이후 10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어 김기사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티맵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6월에 이르러 두 회사는 유예기간을 3개월 더 두기로 추가 합의했다. 백창돈 에스케이플래닛 홍보팀장은 “유예기간 동안 록앤올로부터 ‘삭제 확인서’를 두번이나 받았지만 삭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기사는 티맵의 지도정보를 활용하면서 1분마다 교통 상황을 반영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앞서 올해 5월에는 카카오가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했다. 3월31일에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택시’를 출시한 카카오에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절실한 터였다. 에스케이플래닛도 20일 뒤인 4월20일에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인 ‘티맵 택시’를 출시해 두 회사의 경쟁 구도가 격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사가 티맵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에스케이플래닛은 추가 유예기간이 끝난 9월 이후에도 김기사를 실행하면 티맵이 데이터 도용을 막기 위해 곳곳에 심어둔 ‘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워터마크란 전자지도 데이터에서 ‘나주’를 ‘나두’라고 표기하는 등 일부러 일부 지명을 슬쩍 바꿔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록앤올은 지난달 19일 에스케이플래닛에 공문을 보내어 “김기사의 전자지도는 독자적으로 매입한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지도를 토대로 제작한 것으로 티맵과는 무관하며, 도로 방면 명칭의 경우 국내외 여러 지도를 참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티맵의 명칭을 잘못 참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회사는 모바일 O2O(오투오·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장에서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어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에스케이플래닛의 모바일 상품권인 기프티콘이 제외되자, 에스케이플래닛이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