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의 여파로 ‘창조경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 박람회가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창조경제박람회’가 올해로 마지막인 듯 싶다.”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인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창조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 인사는 “내년부터는 창조경제라는 명칭을 떼고 그냥 ‘창업 박람회’나 ‘창업 기술 박람회’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박람회를 공동 주최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낸 차은택씨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검찰에 구속되자, 의혹의 불똥이 창조경제추진단으로까지 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흘 일정의 창조경제박람회를 개막했다. 창조경제박람회는 정부가 창조경제 성과와 사례를 알리고 공유하는 장이다. 올해 4번째인 창조경제박람회는 지난해보다 많은 1687개 기관·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8억원이었던 예산도 올해 33억원으로 두배가량 늘었다.
이날 개막식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한 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등 정부 산하 기관장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국정감사 출석과 검찰 소환을 앞둔 탓으로 지난해 참석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장들도 불참해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람회장은 행사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관람객이 없다시피 했다. 오후들어 1층 전시장은 그나마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3층에 마련된 벤처·스타트업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창조경제의 부정적인 인식을 우려해서인지 전시장 입구 간판에는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아예 빠진 채 ‘벤처창업대전’이라고만 씌여져 있었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창조경제란 단어만 들어가면 의혹의 눈으로 바라본다”며 “벌써 박람회 명칭을 변경해야 되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금까지 민간에서 해오던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박람회 규모를 키우느라 함께 개최한 데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올해 박람회에는 101개 스타트업이 스파크랩 데모데이, 핀테크 데모데이, 엑셀러레이터 통합 데모데이, 대학생 창업동아리 유-데모데이 등 5개 기관에서 6개 데모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미 민간에서 잘 해오고 있는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창조경제박람회에 끌여들여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행사 덩치만 키운다고 벤처·스타트업들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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