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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기울어진 ‘이동통신 운동장’ 바로잡자는데 왜?

등록 2017-06-08 11:42수정 2017-06-09 09:52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한겨레 선임기자
한겨레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을 찾는 작업이 진척 없이 파열음만 내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버티기 전략에 말려드는 모습이다.

예상 못한 바는 아니다. 사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미래부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요금 인하 공약의 이행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못 궁금했다. 특히 반발할 것이 뻔한 에스케이텔레콤을 어떻게 달랠 것인지 지켜보는 이들이 많았다. 미래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 요금만 통제하는 권한이 있다.

밥을 잘 소화하려면 꼭꼭 씹어야 하듯, 공약도 잘 이행하려면 소화 가능한 상태로 재가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거친 상태로 그냥 삼키려다 목에 걸린 꼴이다. 문 대통령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이동통신 사업자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바로잡자’로 해석해 이행 방안을 찾으면 어떨까. 국정기획자문위는 통신요금 인하와 함께 이동통신 시장의 ‘적폐’를 청산하는 명분까지 쥘 수 있고, 미래부는 공약을 이행할 정책 수단이 넓어져 좀더 효율적인 이행방안이 찾아지지 않을까.

‘가입자엔 짜장면 한그룻 값
모으면 산업 하나 일으킨다’
그럴싸한 논리로
비싼 요금 눈감아줬는데

사업자들 되레 투자 줄였으니
국민 주머니 털어 배 불리고
정부는 이를 지원한 꼴

미래부는 왜 버티고
국정기획위는 왜 공약축소
논란 일으키는지 모를 일

우리나라는 예산 한푼 안 쓰고 이동통신망 품질과 보급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요금을 원가보다 비싸게 받게 해줄 테니 투자를 늘리라는 정책을 통해서였다.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소비자의 요금 인하 요구를 막아주기까지 했다. 옛 정보통신부의 한 장관은 “이동통신 요금을 10% 내려도 가입자 개인에는 월 짜장면 한그릇 값밖에 안 되지만, 모으면 연간 1조원 가까이 돼 산업 하나를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 정책이 지속되려면, 사업자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더 챙긴 이익을 통신망 고도화와 전후방 산업 육성 목적으로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자들은 국민 주머니를 털어 배를 불리고, 정부는 이를 지원한 꼴이 된다. 당연히 ‘누구를 위한 정부냐’는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재가 딱 그렇다. 2014년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어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2014년 1조6108억원이던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2016년에는 3조5976억원으로 3년 새 갑절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이동통신 3사의 투자비는 6조8710억원에서 5조5788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대신 배당·성과급은 대폭 늘었다.

문 대통령이 통신요금 인하 공약으로 기본료 폐지를 꼽을 때 “맥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통신 사업자들이 투자를 줄였으니 비싼 요금을 받게 할 이유가 없고, 사업자한테 일방적으로 유리한 요금 구조를 바로잡으려면 요금 깎는 수준을 넘어 뭉텅 도려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소비자들은 이해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통신 사업자야 ‘황금알을 쑥쑥 낳는 거위’에 칼을 대려니 버틸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누구를 위한 미래부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듣게 되고, 국정기획자문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2·3세대만 기본료 폐지 대상”이라고 말해 공약 축소 논란을 일으키는지 모를 일이다. “미래부는 국정기획위보다 사업자들을 더 의식하고,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의 공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10일 오후 미래부와 다시 마주앉는다.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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