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정치권 다양한 ‘인하 방안’ 살펴보니
인하 요구에 이통사 단골 방식은
특정층 지원·서비스 찔금 늘려주기
‘요금인하 효과’ 내세우며 빠져나가 기본료 ‘일괄폐지’ vs ‘단계적 폐지’
‘선택약정 30%로 확대’ 현실론 부상
‘2기가 2만원대에’ 보편요금제 제안도
알뜰폰 지원·단통법 개정 병행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시행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저항이 거센 까닭이다. 기본료 일괄 폐지는 가장 확실한 통신비 인하 방안이지만, 다양한 대안들도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통신비 인하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이들의 공통점은 ‘일부가 아닌 전 이용자 혜택’과 ‘무늬만 인하가 아닌 실제 요금인하’로 모아진다. ①기본료 즉각 일괄 폐지 ‘기본료(1만1천원) 즉각 일괄 폐지’는 통신비 인하 운동을 오래 벌여온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주장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같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기본료는 애초 통신망, 기지국 설치 등 통신설비 설치비용 회수를 위해 생긴 것인데, 이미 기본적인 설비가 완료된 지 오래여서 기본료를 낼 이유가 없다”며 “4G(LTE)나 5G 통신망은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사업 운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기본료는 표준요금제(종량제)뿐 아니라 정액제에도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통사들은 기본료는 2G·3G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량제에만 있다고 주장한다. ②기본료 단계적·점진적 폐지 이통사들이 기본료 일괄 폐지에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반발하자, 절충안으로 ‘단계적 폐지론’ 등이 나온다. 통신 설비 등에 대한 투자의 감가상각 연한(8년)이 끝난 2G·3G 이용 고객 약 1500만명에 대해 먼저 기본료를 폐지하고 감가상각 기간이 남은 4G는 1~2년 뒤 인하하자는 것이다. 기본료가 모든 요금제에 있긴 하지만 일단 2G·3G부터 하자는 것이다. 당장 혜택을 못보는 4G 이용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기본료 1만1천원 중 일부를 먼저 인하하고 추후 완전 폐지하는 점진적 방식도 얘기된다. 지난 2015년11월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기본료를 4000~5000원 부분 인하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기본료는 1996년 2만7000원에서 계속 인하돼왔다. ③선택약정할인 30%로 확대 현행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고객이나 단말기 대금 할부가 끝난 고객에게 요금의 20%를 깎아주는 ‘선택약정할인’의 할인폭을 높히는 방안도 제시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가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은 만큼, 선택약정할인율을 3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도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만1천원 인하’ 공약과는 거리가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④2GB를 2만원대에…보편요금제 주장도 정의당은 지난 대선 때 데이터 2기가를 2만원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동통신서비스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누구나 적정 요금으로 데이터·음성·문자를 일정량 이상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만간 추혜선 의원(정의당) 등이 이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⑤이통업계 “취약계층 중심…시대 맞는 새 요금제 출시” 이동통신업계는 통신비 인하는 업계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공약의 핵심 취지는 취약계층 혜택이어서 관련 요금제를 연구해 출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아울러 5G 시대를 맞아 데이터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새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데이터 이용량을 늘려주는 것이 소비자 혜택을 가장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통업계는 그동안 통신비 인하 요구에 대해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주거나, 서비스 용량을 일부 늘린 뒤 ‘요금인하 효과가 얼마’라고 선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3만9천원대 데이터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1기가에서 1.5기가로 늘려주는 방식이 아닌 3만4천원대로 인하하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⑥알뜰폰 지원·단통법 개정 병행해야 이외에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할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알뜰폰 업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모든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알뜰폰 업체가 고사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기본료 폐지는 알뜰폰 업체에는 해당되지 않으며, 가격경쟁력은 알뜰폰에 대한 정부와 이통3사의 지원를 통해 유지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는 반박했다. 요금인하 노력과 함께 통신비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통법을 개정해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한편, 단말기 유통을 이통사 대리점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제 4이통사 설립을 통한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 미래부의 요금인가권 개혁 등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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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층 지원·서비스 찔금 늘려주기
‘요금인하 효과’ 내세우며 빠져나가 기본료 ‘일괄폐지’ vs ‘단계적 폐지’
‘선택약정 30%로 확대’ 현실론 부상
‘2기가 2만원대에’ 보편요금제 제안도
알뜰폰 지원·단통법 개정 병행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시행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저항이 거센 까닭이다. 기본료 일괄 폐지는 가장 확실한 통신비 인하 방안이지만, 다양한 대안들도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통신비 인하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이들의 공통점은 ‘일부가 아닌 전 이용자 혜택’과 ‘무늬만 인하가 아닌 실제 요금인하’로 모아진다. ①기본료 즉각 일괄 폐지 ‘기본료(1만1천원) 즉각 일괄 폐지’는 통신비 인하 운동을 오래 벌여온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주장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같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기본료는 애초 통신망, 기지국 설치 등 통신설비 설치비용 회수를 위해 생긴 것인데, 이미 기본적인 설비가 완료된 지 오래여서 기본료를 낼 이유가 없다”며 “4G(LTE)나 5G 통신망은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사업 운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기본료는 표준요금제(종량제)뿐 아니라 정액제에도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통사들은 기본료는 2G·3G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량제에만 있다고 주장한다. ②기본료 단계적·점진적 폐지 이통사들이 기본료 일괄 폐지에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반발하자, 절충안으로 ‘단계적 폐지론’ 등이 나온다. 통신 설비 등에 대한 투자의 감가상각 연한(8년)이 끝난 2G·3G 이용 고객 약 1500만명에 대해 먼저 기본료를 폐지하고 감가상각 기간이 남은 4G는 1~2년 뒤 인하하자는 것이다. 기본료가 모든 요금제에 있긴 하지만 일단 2G·3G부터 하자는 것이다. 당장 혜택을 못보는 4G 이용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기본료 1만1천원 중 일부를 먼저 인하하고 추후 완전 폐지하는 점진적 방식도 얘기된다. 지난 2015년11월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기본료를 4000~5000원 부분 인하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기본료는 1996년 2만7000원에서 계속 인하돼왔다. ③선택약정할인 30%로 확대 현행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고객이나 단말기 대금 할부가 끝난 고객에게 요금의 20%를 깎아주는 ‘선택약정할인’의 할인폭을 높히는 방안도 제시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가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은 만큼, 선택약정할인율을 3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도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만1천원 인하’ 공약과는 거리가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④2GB를 2만원대에…보편요금제 주장도 정의당은 지난 대선 때 데이터 2기가를 2만원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동통신서비스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누구나 적정 요금으로 데이터·음성·문자를 일정량 이상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만간 추혜선 의원(정의당) 등이 이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⑤이통업계 “취약계층 중심…시대 맞는 새 요금제 출시” 이동통신업계는 통신비 인하는 업계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공약의 핵심 취지는 취약계층 혜택이어서 관련 요금제를 연구해 출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아울러 5G 시대를 맞아 데이터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새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데이터 이용량을 늘려주는 것이 소비자 혜택을 가장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통업계는 그동안 통신비 인하 요구에 대해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주거나, 서비스 용량을 일부 늘린 뒤 ‘요금인하 효과가 얼마’라고 선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3만9천원대 데이터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1기가에서 1.5기가로 늘려주는 방식이 아닌 3만4천원대로 인하하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⑥알뜰폰 지원·단통법 개정 병행해야 이외에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할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알뜰폰 업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모든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알뜰폰 업체가 고사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기본료 폐지는 알뜰폰 업체에는 해당되지 않으며, 가격경쟁력은 알뜰폰에 대한 정부와 이통3사의 지원를 통해 유지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는 반박했다. 요금인하 노력과 함께 통신비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통법을 개정해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한편, 단말기 유통을 이통사 대리점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제 4이통사 설립을 통한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 미래부의 요금인가권 개혁 등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통신비 인하 외에도 ‘분리공시제’로 스마트폰 ‘거품’도 빼야
“지원금·판매장려금 나눠 공시하게 해 투명성 높여야”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면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와 더불어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스마트폰 출고가에 낀 ‘거품’을 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도가 깨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는 제조사가 출고가를 적정가보다 높게 책정한 뒤 일부를 ‘단말기 지원금’(이통사를 경유해 단말기 구매자에게 지급)이나 ‘제조사 판매장려금’(유통점에 직접 지급)이란 이름으로 되돌려주는 ‘조삼모사’식 마케팅이 관행화돼 있다. 예를 들어, 60여만원만 받아도 되는 스마트폰 출고가를 90여만원으로 높인 뒤 30여만원을 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으로 돌리는 식이다.
이렇게 뻥튀기된 출고가는 그 자체로 소비자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이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들에게 단말기 지원금을 미끼로 삼아 고가 요금제 가입을 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짬짜미를 통해 출고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이 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자급제’(휴대전화를 따로 구입해서 가입하는)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단말기 지원금 가운데 이동통신 사업자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지원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를 나눠 공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이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이통사 임원은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렇게 유지돼왔고, 삼성전자가 월등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이런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출고가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2014년 단말기 유통법 제정 당시 시행령에 담겨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으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돼 빠졌다. 삼성전자 쪽의 ‘작업’에 따른 것이란 뒷말이 많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춰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하면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미 엘지(LG)전자가 찬성 의견을 방통위에 전달했고, 이동통신 3사도 공감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단말기 지원금 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유통점에 직접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까지 분리해 공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를 단말기 지원금에 국한시키면, 제조사들이 지원금을 0원으로 하는 대신 판매장려금을 늘리는 식으로 마케팅을 바꿀 수 있어 출고가 인하 효과가 반감된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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