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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통신비 절감 대책…악마는 디테일에 있다②

등록 2017-08-31 10:47수정 2017-08-31 18:51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 밝히자
통신사들, “소송 불사” 외치다 돌연 “수용”
소급 적용·위약금 면제 등 무산돼 목적 달성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기로 한 것에 반발해 소송을 검토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29일 돌연 정부 방침을 수용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로써 통신사가 통신정책 주무부처를 상대로 벌이는 ‘첫 소송’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은 “소송을 검토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목표했던 것을 다 얻아냈다. 굳이 소송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통신사들의 이익이 줄까봐 노심초사하는 ‘일부 언론’의 공이 컸다. 조금 더 얻겠다고 소송에 나섰다가 좋았던 정부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고, 여론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소송을 검토중”이란 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압박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따른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반감시켰다. 과기정통부가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되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하고, 기존 20% 약정자가 25% 약정으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위약금 면제도 접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선택약정할인율을 12%에서 20%로 높일 때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위약금 없이 갈아탈 수 있게 했던 것과 비교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을 보면,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면서 20% 약정자들을 위약금 없이 갈아타게 했을 때의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감소 폭은 올해 1115억원, 내년에는 4059억원에 이른다. 반면 신규 약정자만 대상으로 할 때의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감소액은, 올해는 180억원에 그치고, 내년에도 2836억원에 그친다.

2017년 6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대책 브리핑이 열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7년 6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대책 브리핑이 열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구실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가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을 내놓으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강조할 때 이 코너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가 쪼그라들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바로가기: 통신비 절감 대책…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방안이 딱 그 꼴이 난 셈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소비자보다 사업자들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사업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모습만을 놓고 보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통사 대표들을 만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동참해줄 것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말 것을 ‘읍소’하기까지 했다고 여기기에 충분하다. 과기정통부는 위약금 면제를 통해 20% 약정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사업자들을 설득해보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이번에 과기정통부가 보여준 무기력함으로 볼 때 보편 요금제 출시 등 다른 통신비 인하 방안들도 이 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이 발 벗고 나서주는 ‘일부 언론’을 앞세워 분위기를 잡고, 과기정통부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허울뿐인 것으로 만들려고 할 게 분명하다.

과기정통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기로 했다고 밝힌 날, 한 이동통신사 임원이 “말도 안된다.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길래 “진짜 소송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소송을 하길 간절히 바랬다. 이동통신사가 소송을 하면, 과기정통부가 배신감을 느껴 소비자 편으로 돌아설 것이고, ‘법대로 해보자’며 사업자한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아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과기정통부와 사업자들은 여전히 ‘끈끈하고’, 사이가 틀어졌을 때 더 아쉬워할 쪽은 과기정통부라는 걸 또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리는 과기정통부 문자메시지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까지 읽혀졌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자들이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해 다행”이라는 말까지 했다.

덕분에 내 손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게 됐다.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벼르던 임원은 과기정통부 발표에 앞서 소송을 포기한 사실을 알려주며 “뭘 믿고 그렇게 장담했냐. 그것도 공개적으로. 돗자리 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다. “믿긴 뭘 믿어. 이동통신사들의 소송 검토가 ‘언론플레이용’이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건 통신 바닥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는 건데.”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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