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규제 대책을 놓고 지난주 정부 부처가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학계 전문가들과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에스엔에스(SNS)에서 이런 정부를 조롱한다.
그러나 가상통화는 블록체인 기술이 몰고 올 미래 세상의 일부가 보인 것에 불과하다. 제2, 제3의 가상통화 사례가 밀려올 수 있다.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 혁명>이란 책에서 “블록체인이 세계 경제의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산업화 사회 전반에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며 “2025년에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전세계 지디피(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보기술 업계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과 ‘5세대 이동통신’, 촛불 기반의 ‘민주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록체인은 거래 원장이나 계약서 등을 디지털 기술로 ‘블록’화해 이해 당사자나 참여자들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분산 저장한 뒤 각 블록을 ‘체인’으로 묶어둘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새 블록이 추가되는 과정을 ‘채굴’(마이닝)이라 하는데, 기존 블록 보유자(당사자) 가운데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한 것으로 인정돼 블록체인 원장에 추가된다.
이런 기술 특성을 활용하면, 금융거래를 포함한 각종 거래나 계약 시스템을 구축할 때 정부 내지 ‘중앙’이나 제3자의 공인·중개·보증·공증을 받는 절차가 필요 없게 설계할 수 있다. 당사자와 참여자 모두의 거래·계약 관련 디지털 서류를 모두가 보관·관리하면서 모두의 검증과 동의 없이는 내용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삼성에스디에스(SDS)는 이를 활용해 물류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였고, 아이비엠과 머스크는 보증 절차가 필요 없는 국제무역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술적으로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끼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부를 배제한 상태로 대한민국 시민이란 사실을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느 건물이 누구 소유이고 언제 사고 팔았는지 등을 등기소 없이 인증하는 체제를 만들 수도 있단다. 한 곳 혹은 소수자만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보안성과 투명성이 뛰어나고 각종 수수료를 물지 않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적잖은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가상통화 사태를 신·구 체제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상통화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 중심의 경제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가상통화 규제 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는 모습에서는 가상통화를 기존 금융체제에 집어넣으려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만큼 무모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려니 기존 경제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부 부처의 정책담당자들과 청와대도 블록체인을 포함한 아이티(IT) 기술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생활 속 서비스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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