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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통신비 협의회 ‘빈손’으로 종료…국회로 공 넘어가

등록 2018-02-22 18:32수정 2018-02-23 10:31

지난해 11월 이후 9차례 회의 개최
이통사 반대에 보편요금제 합의 불발
완전자급제는 법제화 반대가 다수의견
시민단체 “이통사 무성의…정부도 책임 커”

22일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마지막 9차 회의 모습.  정책협의회 제공
22일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마지막 9차 회의 모습. 정책협의회 제공
통신비 인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22일 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은 이동통신사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며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단말기 자급제 확대 역시 제도적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업체 자율에 맡기는 선에 그쳤다. 협의회는 이날 9차 회의를 마친 뒤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의제별로 정리해 발표했다. ‘보편요금제’와 관련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정부와 이통사는 실무 차원 협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사가 실무 협의에서 반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비자·시민단체는 협의회에서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자율적으로 출시하다면 법제화는 유보할 수 있다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대신 현행 인가·신고제 등 규제를 완화해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협의회는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이동통신 평균 요금 수준은 11개국 중 6∼7위(저렴한 순서로)에 해당됐고, 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 간 요금수준에 따른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비교대상 11개국 중 미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심한 편이었다”고 밝혔다. 또 “국가별로 그 나라 소비자들의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충족시키는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해외는 대부분 최저가 또는 저가 구간에서 평균 이용량을 제공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 중상위 구간의 요금제에서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은 “이통사는 요금제 차이가 심한 편이라는 데 동의했지만,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이었고 이 부분이 조율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국회에 보편요금제 도입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협의회는 “위원들은 단말기와 서비스 유통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단말기 자급률 제고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의회에서는 제조사의 자급단말 출시 확대 및 이통사향 단말과의 차별 해소, 이통사의 유심요금제 출시 확대, 단말기 국제가격 비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명확하게 결정된 방안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오는 3월 출시할 갤럭시S9의 자급제 단말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 유일한 성과다. 협의회는 또 만약 법률로써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시에는 선택약정할인율 유지, 유통망 피해 최소화 방안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이 3건 발의돼있다. 기초연금 수급 고령층의 1만1천원 요금감면은 참여자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령층 증가에 따른 이통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감면 수혜자의 전파사용료 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본료 폐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으나 그동안 이를 주장해온 시민단체가 “기본료 폐지 대신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대상이 되지 않았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10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약 100일간 9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이통사, 제조사 등 기업 대표 7명, 민간전문가 4명, 소비자·시민단체 4명, 정부부처 5명 등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정책협의회는 “향후 입법과정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그간의 논의결과를 정리한 결과보고서와 회의록을 국회 상임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협의회에 참여한 4개 소비자·시민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협의회는 성과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며 “이통사가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고,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도입 둘 다 달성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알뜰폰과 제4이통 등 경쟁활성화 정책, 분리공시, 단말기유통법, 통신요금 원가 공개와 산정 절차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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