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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AI·빅데이터·IoT 경험, ‘스마트팩토리’서 찾자

등록 2019-12-12 11:53수정 2019-12-12 13:26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이어지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제약 부작용도
전문가 “스마트팩토리로 눈 돌려라”
제조업 경쟁력 높이고 투자 효과도
통신사는 5G 새 시장 개척 기회
스마트팩토리 시연 모습. 케이티 제공
스마트팩토리 시연 모습. 케이티 제공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원유인데 지금 국내 상황은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정보의 합법적 처리를 위한 ‘숨통’을 열어두고 있는지 깊이 되새겨봐야 할 때다.“

“데이터 활용 길을 터줘야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

국회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처리의 ‘꼭지’를 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아쉬워하는 말과 글이 넘쳐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의 데이터 3법 처리를 촉구하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4차 산업과 미래 산업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정말 아득한 심정”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데이터 3법 처리 촉구 언론 기고도 이어진다.

동의 없는 활용 길, 뭘 믿고 터 주지?

데이터 3법 국회 처리 주장을 대할 때마다 “기업들을 어떻게 믿고 동의 없는 활용 길을 터 주라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회견 등을 열어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데이터 3법이 ‘덜 민감한 법’으로 분류됐다고 하는데, 덜 민감한 게 아니라 공론화 미비로 국민들이 정보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래서 더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통신·금융·포털·병원·유통·게임 등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품을 파는 업종의 거의 모든 기업들이 고객·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알게 모르게 수집한다. 경품을 제시하거나 포괄 동의를 받는 방식 등 법 절차를 위반해 수집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직원의 고의·실수와 해킹 등으로 고객·이용자 개인정보가 수시로 노출·유출되고 있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판매하기도 한다.

기업이 고객·이용자 개인정보를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금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동의받은 대로 그냥 활용하면 된다. 데이터 3법에 목을 매는 것은 동의받은 범위를 넘어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통신서비스 제공에 필요하다며 수집해 엉뚱하게 전자제품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에 제공·판매해 부가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원칙적으로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품과 비용이 많이 드니 법으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가명정보, 손쉽게 실명정보 둔갑

데이터 3법과 관련해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가 가장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를 ‘실명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분류한다. 익명정보란 통계 형태로 가공된 정보이다.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들의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거나 서울 지하철 승·하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남북 교차 출퇴근자 비율을 추정하는 것 등이 익명정보에 해당된다. 재식별 가능성이 전혀 없다.

가명정보는 비식별화 처리를 거쳐 그 자체로는 누구의 것인지 식별이 안된다. 식별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다른 정보와 합쳐지면 식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드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가명정보 형태로 백화점으로 넘어간 경우, 백화점이 여기에 그동안 수집한 고객 개인정보나 통신사·은행 등에서 사들인 가명정보 형태의 다른 개인정보를 겹치는 등의 기법으로 가명정보를 식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명정보의 이런 특성을 들어 활용범위를 ‘학술연구’ 등 공공·공익 목적에 맞춰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기업들은 “활용 길이 좁아지고, 활용 가치도 떨어진다”고 반발한다. 법 개정안은 ‘과학적 기법’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실상 기업들이 맘껏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두가지 이상의 정보를 겹치거나 빅데이터 기술을 쓰는 것도 과학적 기법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실상 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제3자에게 제공·판매된 가명정보가 식별 가능 상태로 복원돼 마케팅 등에 활용돼도, 정보 주체가 삭제를 요청하거나 책임을 묻기 어렵다. 헌법이 보장한 자기정보결정권을 행사할 길이 없는 셈이다. 기업이 고객·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가명정보 처리해 판매하면서 웃돈을 주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노하우를 함께 넘기는 ‘불법영업’이 성행할 수도 있다.

과징금 상한 매출의 3%로 상향이 안전장치?

기업들은 고객·이용자 개인정보 활용 효과로 “고객맞춤형 마케팅”을 앞세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은 서울 강남에 살고 월 수입이 1천만원을 넘으며 월 평균 2~3회 이상 백화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사람들을 추출해 집중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자동차 판매점과 학원 등도 이런 마케팅이 가능하다.

문제는 고객맞춤은 고객차별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대상에 든 사람에게는 고객맞춤이지만, 대상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차별을 당하게 된다. 할인쿠폰과 신상품 정보 제공 등에서 소외될 수 있다.

개인정보 가운데 금융정보와 의료정보 등의 불법 활용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누군가가 계좌에 거액의 현금을 갖고 있다거나 누가 희귀 혈액형을 갖고 있다 등의 정보가 노출됐다고 가정해보자.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점을 들어 “적어도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이중, 삼중의 안전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 구체화에 더해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조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기업이 가명정보를 식별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다 적발되는 경우,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고, 회사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위반이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만큼, ‘목책’이 아닌 ‘전기철조망’을 설치해 엄두조차 못내게 해야 한다고 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 중인 금융위원회 쪽은 이런 지적에 대해 “위반 시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도록 사후규제를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매출액의 3%라는 것도 상한일 뿐이고, ‘작량감경’(징계 결정 시 여러 요인들을 살펴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것) 등의 절차를 거치고 나면 ‘솜방망이’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법 위반 시 영업이익의 몇배 수준의 범칙금을 물게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데이터 3법이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부합하는지도 논란꺼리다. 정부는 “지디피아르 적합성 승인을 받기 위해서도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독립 감독기구 설치 문제는 해결되지만, 가명정보 활용 범위 등 다른 부분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EU) 대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데이터 3법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력한 데이터 보호 규정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연합이 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인공지능으로 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며 “데이터 3법으로 감독기구 독립화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법 개정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명정보 활용범위 확대 등으로 개인정보 보호장치가 완화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AI·빅데이터 경험 축적 기회는 “스마트팩토리에서”

인공지능(AI)을 다른 말로 하면 빅데이터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과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다음 판단이나 행동이 지연시간 없이 실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차량 안팎 곳곳에 붙여놓은 센서들이 보내오는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한 뒤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해 장애물을 피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게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0.00001초라도 지연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4차 산업과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축적할 기회가 필요하면, 독일과 중국 등처럼 제조업에 ‘스마트팩토리’(인더스트리 4.0) 바람을 일으키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란 자동화된 생산라인에 센서·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접목시켜 병목과 위험 요인을 찾아내 없애는 방식으로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보인권 침해 논란도 없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창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라인 자동화를 앞서 추진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산업을 꽃피운 것처럼, 스마트팩토리 경험을 산업화하고 수출 상품화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대통령·총리와 장관들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스케이(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늘리라고 종용할 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주문하는 게 더 모양새가 좋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두환 전 포스코아이시티(ICT) 사장이 포스코와 협력사들의 생산라인을 스마스마트팩토리로 전환시키면서 쌓은 경험을 담은 책 <스마트팩토리로 경영하라>를 보면, 스마트팩토리는 각 업종별로 정점에 있는 대기업이 먼저 추진한 뒤 협력업체·부품업체로 확산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종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가전은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스마트팩토리를 먼저 추진한 뒤 상생협력 차원에서 협력사들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지원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이동통신사에도 기회이다. 대기업의 생산라인이나 산업단지별로 5G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일반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5G 마케팅을 하면서 “불완전 판매 방식으로 반쪽짜리 서비스를 비싼 값에 팔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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