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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재벌 회장보다 좋다’는 KT 회장, 누가 낙점될까

등록 2019-12-20 14:04수정 2019-12-20 17:42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지켜보는 재미 더해줄 관전포인트
26일 PT…“바로 최종 1인 정할 수도”
면접심사 대상 9명…숏 리스트 맞아?
성 제각각·본적 전국 분포·정치색 초월
‘황창규 복심’·이사회 ‘돌출 결정’ 변수
황 회장 최종 1인 낙점 이사회 불참?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한 달 남짓 케이티(KT)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도전자 37명 중 9명이 1차 관문을 지난 12일 통과했다. 이 중 이름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도전자 1명을 뺀 나머지 8명 명단은 이렇다.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이상 현직), 최두환 전 포스코아이시티(ICT)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임헌문 전 케이티 매스총괄 사장,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최종 후보 확정은 내주 중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이하 회심위)는 오는 26일 면접을 진행한다. 이미 ‘케이티가 나아갈 길’과 ‘회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등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질문에 응하라고 알렸다. 케이티 이사회는 그동안 해를 넘기기 전에 주주총회에 올릴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케이티 안팎에선 26일 9명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에 대한 회심위 평가와 순위 산정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간에 맞춰 이사회가 긴급 이사회를 열어 평가 결과를 보고받고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회장 선임 절차에 밝은 전직 케이티 임원은 “그래야 외부 입김이 작용할 틈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재벌그룹 회장이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와 예우, 권한을 누리는 케이티 회장 선임이 막바지에 이른 셈이다. 이에 케이티 임직원 사이에서 나오는 관전 포인트와 전망을 살폈다.

지배구조위, 성도 안배?…9명 성 다 달라

“면접 대상에 오른 회장 후보군 9명의 가장 큰 특이점은?” 연말 회식자리 등에서 케이티 임직원들이 편하게 주고받는 나름의 답변은 이렇다고 한다. 첫째, 후보자 성이 제각각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후보가 그동안 알려진 대로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맞다면, 9명 성이 모두 다르다. 둘째, 본적이 전국에 두루 분포돼 있다. 서울 4명, 영남 2명, 충청 2명, 호남 1명이다. 셋째, 보수·진보 정권 출신이 망라돼 있다. 노무현 정부 장관 출신과 박근혜 정부 차관 출신이 함께 들어있다.

면접 대상이 9명에 이른 점을 두고선 이런 말이 나온다. “숏(Short) 리스트 맞아? 미들(Middle) 리스트 아냐?” 이 질문에도 나름의 해석들을 내놓는다. “탈락자들의 반발 소음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지 않았겠냐”, “현직, 전직, 외부를 고루 안배하고 정치색 상관없이 능력을 따져 추렸다는 명분을 갖추려다 보니 티오(TO)가 9명까지 늘지 않았겠냐. 숏리스트에 든 한 후보는 <한겨레>에 “이사회의 고민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심사 절차를 수립하고 진행하는 이사회 쪽이 뜨끔할만 한 소식도 있다. 공정성 시비다. 케이티 새노조는 20일 성명을 내어, 서류심사·평판조사 결과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노조는 “후보군을 9명으로 추리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파행적 개입으로 후보군 일부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절차 위반이자 정관 및 제 규정에 의거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회장 후보를 뽑겠다던 이사회의 약속이 공염불이었음을 의미한다. 후폭풍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며 1차 심사를 맡은 지배구조위원회와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요구했다. 다만 새노조 쪽은 구체적인 의혹의 내용이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현직이거나 컨설팅 업체를 통해 서류를 낸 사람만 1차 관문을 통과했고, 응모 절차를 통한 도전자들은 전부 탈락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도 있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한 한 도전자는 구체적 업체를 지목하며 “도전자 37명의 서류 검토와 10여명으로 줄이는 작업 등 전부를 지배구조위원회는 특정 컨설팅 업체에 통째로 맡겨 했다고 한다”며 “이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케이티 이사회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후보 각각의 관전 포인트는?

현직 가운데 구현모(이하 직책 생략)는 황창규 회장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에겐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상품권을 현금화해 임원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자문위원을 불법 위촉한 혐의 등으로 검찰·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회심위가 황 회장이 기소될 경우, 그의 비서실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한 구현모도 함께 엮일 수 있다는 점을 ‘잠재 리스크’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윤영은 이번 도전자 가운데 현직 중에서는 서류심사·평판조사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이 부사장으로 9명 가운데 가장 ‘경량급’이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현직 3명과 임헌문·노준형을 두고는, 최고경영자(CEO) 경험이 없는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심위 규정은 ‘이사회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고려하여 회장후보심사 기준을 결정하고. 회장후보심사위는 이에 따라 회장후보 대상자를 심사한다’고 전제하며 세부 기준으로 ‘기업경영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실적과 경영기간 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임헌문은 황 회장 시절 사장에서 물러난 게 어떻게 평가될 지도 주목된다. 황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돼, ‘내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준형은 법무법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활동해온 경력이 ‘변수’로 꼽힌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케이티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자문역 불법 위촉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들 사건의 법률대리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하고 있다. 노준형이 되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두환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상장시킨 경험이 있는데다 케이티 종합기술원을 거쳐 포스코ICT 사장까지 지낸 정보통신 기술·경영 전문가라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스마트팩토리로 경영하라’란 책도 펴냈다. 반면 노준형과 함께 65살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게 약점이다.

김태호는 이석채 전 회장 내정 당시 혁신기획실장으로서 ‘이사회 간사’를 맡고 있었는데, ‘특정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게 하라’는 윗선 지시가 내려오자 거부하고 회사를 떠난 뒤 하림그룹·차 병원을 거쳐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산업군을 거쳤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서울지하철공사 합병을 무난히 성사시켰다는 평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인맥으로 알려진 것과 감사원 감사에서 해임 요구를 받은 전력 등이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된다.

표현명은 롯데렌탈을 크게 성장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케이티가 렌탈 자회사를 롯데에 매각할 때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사실상 ‘볼모’로 딸려갔는데, 경영을 잘해 4년이나 사장으로 있었다. 롯데 부회장 승진 대상자로 꼽혔다는 후문도 있다.

윤종록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평가가 케이티 내부에서 많다. ‘후츠파로 일어서라’ 등 책도 여러권 썼다.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과학부 차관을 지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

케이티 안팎에선 “이번에는 이사회가 원칙에 따라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정부·여당이 야당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회심위 심사 대상에 오른 한 후보는 “외형상으로는 정권실세 낙하산이 배제된 상황인 만큼, 이사회는 나중에 ‘왜 그 사람을 회장으로 선임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것에 대비해 설명할 근거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케이티 전·현직 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 회장 시절 승승장구한 현직 고위 임원들은 “차기 회장은 현직 3명 가운데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고 한다. 전직이나 외부인사가 되면, 이석채 전 회장처럼 외부 사람들을 대거 끌어들여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언론 플레이’로 사외이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 회장의 ‘속내’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 회장은 취임 뒤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됐거나 승승장구한 임원들을 모두 밀어냈다. 명예퇴직을 실시해 직원 8300여명을 내보내고, 대규모 사업구조조정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숨겨진 경영 행적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정치인 자녀 불법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황 회장 자신도 이 전 회장과 같은 처지로 몰릴 것을 우려해 ‘자기 사람’을 차기 회장으로 앉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자신과 한 배를 탔던 현직을 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게 여의치 않을 경우, 황 회장이 김앤장과 손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김앤장이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준형이 유리해진다.

포스코 이사회가 최정우 회장을 선임할 때 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케이티 회심위가 ‘잠재 리스크’가 예상되는 후보를 선제적으로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대상을 좁혀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런 저런 이유로 후순위로 밀리던 후보가 운 좋게 살아남아 낙점될 수도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케이티 관계자는 “회심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최종 1인이 결정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후순위로 꼽히던 후보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 최종 후보 확정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까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 선임 때는 외부 낙하산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최고경영자가 공석인 상태에서 회장 선임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 낙하산이 차단되면서 ‘내부 낙하산’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 회심위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이사회 회의에 황 회장이 참석할 지도 관심꺼리다.

황 회장은 그동안 차기 회장 선임에 간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나, 최종 후보를 정하는 이사회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행 케이티 정관 상 황 회장은 사내이사여서 이사회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참석하면 차기 회장에게 ‘내부 낙하산’이란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차기 회장에겐 낙하산 꼬리표도 문제지만 ‘황창규 후계자’ 꼬리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황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3명은 참석 안하는 게 모양새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중수 전 사장 때까지 케이티 사내이사들은 정관에 따라 차기 시이오(CEO)를 선임하는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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