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KT 제공
케이티(KT)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직 케이티 임원들이 구현모 차기 최고경영자 내정자에게 “구(황창규 회장) 체제와 결연히 단절하고 미래의 성장을 도모할 비전을 제시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구 내정자가 이들의 당부를 받아들여 1월로 예정된 케이티 정기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이런 건의 내용을 담은 ‘케이티 신임 최고경영자 선정 관련 우리들의 입장’ 서신을 케이티 전직 임원들의 활동 모임인 ‘케이(K) 비지니스 포럼’을 통해 2일 구현모 내정자와 김종구 케이티 이사회 의장에게 각각 건넬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한영도 포럼 의장(상명대 교수)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장후보심사위 면접 대상에 올랐던 전직 임원들을 포함해 여러명의 도전자가 케이티를 위해서는 서둘러 후유증을 잠재우고 새로운 경영체제를 열어야 한다며 의견문을 보내왔다. 포럼이 현직 임직원들로부터 받은 건의 내용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케이티에서 차기 최고경영자 선정 작업이 끝난 뒤 탈락자들이 공개적으로 결과에 ‘승복’하며 내정자에게 경영을 잘 해 달라고 당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먼저 “현직인 구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내정한 것을 뜻깊게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시비를 근거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복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신임 최고경영자 내정자는 지난 10년 간 경영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으므로 수익성의 악화, 성장성의 정체, 주가의 지속 하락, 아현 통신구 화재 사태, 불법 정치후원금 리스크 등 경영상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과 반성 위에서 케이티를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지금의 최악 상황을 초래한 구 체제와 결연히 단절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수익성·성장성·주가 등 실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하여 케이티를 새롭게 도약시키고, 사업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신규사업을 활성화해 수익구조를 개편하며, 사업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시스템을 정착시켜줄 것” 등을 주문했다.
이들은 이사회에는 “2월 중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최고경영자 체제를 조기 출범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에 차기 최고경영자에 도전했던 한 전직 임원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황 회장과 측근들의 영향력에 의한 경영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시급하다. 황 회장은 최고경영자 직무 및 권한을 구 내정자에게 서둘러 이양해 임원인사 등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전문성·독립성을 갖춰 제구실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포함됐다. 케이티는 그동안 오너가 없다는 이유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이사회와 노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부역과 아현 통신구 화재 사태 등을 거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전직 사장은 “이사회는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기업경영 관련 전문성과 책임감 등을 갖춘 사외이사가 선임돼, 의사결정이 견제와 균형 속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케이티 이사회는 8개월 간의 작업 끝에 지난해 12월27일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의 구현모 커스터머 & 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로 내정했다. 37명이 도전장을 냈다. 이번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전직 케이티 임원은 “함께 경쟁했던 전직 임원들의 공개적인 환영·당부가 구 내정자로 하여금 황 회장 그늘을 과감히 벗어나 자기 색깔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과거 10년 간 이어진 적폐경영 청산에 나설 수 있는 계기와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1월로 예정된 임원인사에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