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씨메스 사무실은 명절을 앞두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기술개발 열기로 뜨거웠다. 로봇 팔들이 어지러이 놓인 물건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사무실 곳곳에서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 테스트를 이어가느라 분주했다.
이날 이 업체에는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정보통신기획평가원·기가코리아사업단·에스케이텔레콤(SKT) 관계자들과 방문하기로 돼 있었다. 설 연휴 분위기도 잊은 채 스마트팩토리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격려할 현장으로 씨메스가 꼽힌 것이다. 이성호(46) 씨메스 대표는 말로는 “이틀 전 갑자기 통보받았다”고 ‘투덜’댔지만, 표정에는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2014년 설립된 씨메스는 3차원(3D) 센서와 비정형 비전 인식 알고리즘 기술 전문업체이다. 이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기술이다.
“우리 기술은 로봇에 눈을 달아주는 겁니다. 기존 로봇은 다품종 생산을 지원하지 못했는데 우리 기술을 쓰면 가능합니다.”
이 대표는 한 글로벌 신발업체 생산라인 적용 사례로 설명을 이어갔다.
“신발 밑창 부분이 스펀지로 돼 있는데, 눌리거나 비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봇이 이 부분에 접착제를 바를 때 찌그러진 것은 일부만 발리는 등 오류가 많았는데요. 우리 센서가 적용된 뒤에는 센서로 파악된 모양에 따라 접착제를 바르기 때문에 사람이 눈으로 보며 작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냅니다.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생산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죠.”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메스 사무실에서 이성호 대표(오른쪽)가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게 3차원 센서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설 연휴 전날인 23일 이성호(왼쪽에서 세 번째) 씨메스 대표가 개발자들과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로봇 기술의 발달로 싼 인건비를 쫓아 해외로 나간 공장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100명이 하던 걸 20명이면 할 수 있게 된다”라며 “눈을 가진 로봇으로 사람을 대체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공장이 완전히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인력을 줄이면서라도 국내에 있게 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3차원 센서와 알고리즘 기술은 제조업과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단으로 꼽힌다.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투자 제안도 늘고 있다. 2016년 에스케이텔레콤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씨메스는 지난해 말 기준 28명이던 직원 수를 올 연말까지 4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씨메스는 연구개발로 돈을 번다. 지난해 나이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만도 등에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35억여원의 매출을 올려 4억5천여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이다. 이 업체는 상장 일정도 갖고 있다.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 대표는 “2~3년 뒤 상장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뒤 외국계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함께 근무하던 동료·친구와 함께 씨메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기술력에서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어 늘 홀로 입찰에 참여한다. 경쟁자라고 꼽는 업체가 독일에 한 곳 있는데, 올해 독일 전시회에 참가해 겨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이 없느냐’는 장석영 차관의 물음에 “대기업에 기술을 보여주면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었느냐’고 하며 도입하겠다고 해놓고선 최저가 입찰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게임업체로 달려가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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