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에스케이텔레콤(SKT)와 케이티(KT), 엘지(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5세대 통신(5G)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투자 총액이 마케팅 지출 총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가 마케팅비를 역전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9일 <한겨레>가 통신 3사의 ‘2019년 영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3사의 설비투자(CAPEX 기준) 합계액은 8조7860억원으로 마케팅비 합계액 8조540억원보다 7320억원 더 많았다. 2011년과 2012년 설비투자 총액이 각각 마케팅비 총액보다 1480억원과 4650억원 많았다가 2013년 마케팅비 총액이 설비투자 총액을 역전한 이후 7년 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설비투자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케이티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3조2570억원으로 한 해 전 1조9770억원보다 1조2800억원 증가했다. 엘지유플러스와 에스케이텔레콤의 한 해 동안 설비투자액 증가액은 각각 1조2170억원, 7900억원이다. 다만 케이티의 경우 설비투자의 상당분을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재발 방지 대책에 쏟아부은 점을 염두에 두면, 5세대 통신 관련 설비투자는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한 간부는 “엘지유플러스가 과거 엘티이(LTE)에 올인해 성공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5G에 대한 투자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비투자액 증가폭에 견줘 통신 3사 모두 마케팅비 지출 증가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통신 3사의 마케팅비 합계액의 전년대비 증가액은 7650억원(10.5%)에 그쳤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 1위인 에스케이텔레콤이 통신 3사 중 마케팅비 증가폭이 1590억원(5.4%)로 가장 낮아서 눈길을 끌었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의 마케팅비 증가액은 각각 4260억원(18.4%), 1800억원(8.7%)였다.
한 이통사 임원은 “지난해 4월3일 시작된 3사 간 5G 시장 기선잡기 경쟁으로 8월까지의 마케팅비 지출은 전년보다 크게 늘었으나, 출혈경쟁해봐야 득될 게 없다는 자각에 따라 같은해 9월부터는 경쟁이 안정화하면서 연간 기준 마케팅비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통신 3사의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엘지유플러스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가이던스)은 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억원 적고, 케이티는 3조1천억원으로 1570억원 적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한겨레>에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대신 “지난해보다 투자액은 줄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올해엔 마케팅비 지출도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이통사 임원은 “지난해 출혈경쟁 학습효과가 큰 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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