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16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용약관 인가제도(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가계통신비 완화 운동을 펴온 소비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자의적인 요금 결정을 견제할 장치를 없애는 것이다.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의 공공성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생경제연구소·오픈넷·소비자시민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은 8일 공동으로 ‘국회는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데 이어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민생국회’ 외치더니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왠말이냐!’”란 주제로 ‘요금인가제 폐지 반대·규탄 통신소비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통신소비자단체들은 논평에서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은 정부와 국회가 국민 필수품인 이동통신 서비스의 요금 결정 권한을 완전히 이통사에 넘겨주는 ‘이동통신요금 인상법’이자 ‘통신 공공성 포기 선언’임을 분명히 한다. 통신소비자단체들과 많은 국민들이 ‘이동통신 요금 인상’을 우려하며 줄곧 반대해온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을 처리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시도를 강력 규탄하며, 즉각 해당 법안을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기간통신서비스’로, 사실상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3개 통신사의 독과점이 이루어져 온 상황이다. 2010년 정부의 알뜰폰(MVNO) 활성화 정책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서비스 시장에 합류했으나 여전히 통신 3사가 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변함없이 통신시장의 50% 이상을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점유하고 있으며, 마케팅비(약8조원)로 영업이익(약 3조원)의 2.5배를 사용하는 특이한 지출구조를 가진 사업영역이다. 반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는 5천만명을 넘어 사실상 전국민이 이용하는 생활 필수품이며, 전체가계지출에서 통신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1위 사업자의 시장교란 행위를 막고 통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요금제 출시 및 기존 요금제 인상 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인가를 받는 요금 인가제를 시행해왔다. 요금인가제는 주파수라는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동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로서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필요로 하고, 이동통신 가입자가 5천만명을 넘는 등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동통신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이동통신사, 정부, 국회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의 편익에 부합하는 더 빠른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고, 이통 3사의 요금제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내려갈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현재도 기존 요금제의 요금을 인하할 때는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요금을 올리려고 할 때 정부가 견제할 수 있는 장치만 사라지는 꼴이다. 오히려 지금 같은 통신 3사의 90% 독과점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가제를 폐지하게 되면 요금이 폭등할 우려만 높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에 대해 “오래 전부터 추진돼왔던 사안이다. (국회 상임위 통과에 대해)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 쪽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점유율이 여전히 50%에 육박하고, 매출점유율과 영업이익점유율은 60%에 근접한다. (이동통신 요금인가제 폐지는) 아직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보였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