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들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기지국 접속기록)를 사전 고지와 동의 없이 몰래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한겨레> 9월2일치 18면 ‘이통사, 따로 DB 만들어 ‘위치정보’ 몰래 모았다) 가운데,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축적한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사업 활용 전에 고지와 동의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신한카드·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문화관광 빅데이터 산업에서의 지속적인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축적한 가입자 기지국 접속기록(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과 신한카드 회원들의 결제정보를 결합해, 부산 관광객들이 어떤 관광지를 어떤 순서로 방문하는지, 성·연령대별 선호 관광지, 관광지 인근 상권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에스케이텔레콤의 기지국 접속이력과 신한카드의 결제정보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나선다. 예를 들어, 특정 관광지 근처의 상권 개발을 추진하거나 젊은 여행객 맞춤형 홍보를 시행하는 등 기존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활성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번 협력은 지난 8월5일 새 ‘데이터 3법’ 시행 뒤 첫번째로 진행되는 가명(추가 정보의 사용이나 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처한) 데이터 기반 빅데이터 분석 작업이다. 가명 데이터 기반 분석 작업을 통해 통계 조사의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가명 데이터 결합 기반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총선 때는 기지국 접속기록을 기반으로 시간대별로 가입자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분석해 더불어민주당에 제공했고, 민주당은 이를 시간대별 유세지역 선정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티(KT)는 에스피시(SPC)와 손잡고 가입자들의 기지국 접속기록을 활용한 상권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통사들이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기지국 접속기록을 가입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축적한데다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축적하기 시작했는지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점을 들어, “이통사들의 기지국 접속기록 기반 빅데이터 사업 본격화가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지금이라도 기지국 접속기록 축적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상세히 알리는 등 잘못 끼워진 첫 단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런 지적에 대해 “몰래 축적한 게 아니다. 기지국 접속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로우 데이터(가입자 식별이 안되는) 상태로 축적되고 있는데, 이런 형태는 가명정보라서 고지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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