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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 통신사 ‘군침’ 흘리는 초중고 무선랜 구축 사업, ‘한국판 뉴딜’은 무늬만?

등록 2020-09-13 14:32수정 2020-09-14 02:33

사업 참여 자격 조건 놓고 신경전 치열
통신사들 “2100억원짜리 사업인데” 큰 관심
“안정적 유지관리 위해 통신사 참여 필요”
지역 중소기업 “한국판 뉴딜 취지 훼손”
“지역경제 활성화·중소기업 지원이 목적”
진흥원 “3차 추경 목적 살리기 위해 최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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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짜면서 ‘통신비 2만원 지원’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이동통신사 지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3차 추경으로 추진되는 2100억원 규모의 학교 무선랜 구축 사업에서 지역 통신공사업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기업인 통신사와 시스템통합(SI)업체들을 배제하고 지역 통신공사업체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통신사와 지역 통신공사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신사들은 학교 무선랜 구축 사업권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통신사는 <한겨레> 질문에 “사업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통신사가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업권을 따더라도 물량을 독식하지 않고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통신사와 한 시스템통합업체 관계자도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무선랜 구축사업은 전국 초·중·고에 고성능 무선랜(와이파이)을 구축해 태블릿 같은 전자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하는 것으로, 총사업비가 2068억원에 이른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 진행을 주관하고 있으며, 지방조달청을 통해 11개 시·도교육청별로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취지에 맞춰 입찰 참여자는 4개 이상의 지역 통신공사업체(솔루션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각 업체들에 10% 이상씩 최대 40% 이상의 물량을 중소기업 쪽에 배정해야 한다. 다른 입찰 자격 조건과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통신공사업체들은 통신사와 시스템통합업체 같은 대기업들이 입찰 조건 등을 유리하게 이끌어 사업을 독식하지 않을까 경계한다. 시장지배력과 로비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하면, 학교 무선랜 구축사업이 대기업간 경쟁으로 변질된다는 얘기다. 광주의 한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달리 학교 단위 무선랜 구축은 지역 통신공사업체들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이미 통신사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지역 통신공사업체들과 와이파이 장비업체들을 줄 세우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통신사 쪽에 줄 서지 못한 지역 통신공사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할 컨소시엄 구성조차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학교 무선랜 구축 사업비는 130억원 정도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하면 ‘뉴딜’의 핵심 취지인 ‘낙수’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의 다른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대기업 주도의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면, 물량 가운데 40% 정도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통신사 4곳에 나눠주고 대기업이 나머지 60%를 가져간다. 이후 대기업은 자신이 챙긴 물량을, 20~30% 정도의 수수료를 챙긴 가격에 지역의 다른 통신공사업체에 하청을 줄 것이다. 코로나19 덕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는 통신사에는 또 다른 이익을 안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통신사가 마더(메인)로 참여하면 만점을 받게 돼 있다. 게다가 통신사들에게는 공공 와이파이 품질 고도화, 농어촌 통신망 고도화, 5G 기반 정부업무망 고도화 등 이미 1천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이 발주돼 있지 않냐. 입찰 조건에 ‘지역’을 넣어 통신사들의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 사업비는 100억원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입찰 조건을 놓고 통신사들과 지역 통신공사업체들이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전해 듣고 있다. ‘한국판 뉴딜’이라고 이름 붙인 3차 추경의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입찰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로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프라본부장은 “통신사와 시스템통합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학교 와이파이 구축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고 뉴딜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더 많은 지역 통신공사업체들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에 목표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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