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 운영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정결과를 공개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분쟁조정위 개설·운영안 설계 용역을 통신사 이익단체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이하 카이트·회장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에 도맡기고, 카이트의 제안으로 마련된 조정결과 비공개 원칙이 바뀌게 됐다.
방통위는 17일 이용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운영되는 분쟁조정위가 제구실을 못하는 이유를 짚은 <한겨레> 보도(9월16일치 17면 ‘
통신분쟁조정위, 통신사 이익단체가 운영 설계 도맡았다’)에 대한 추가 해명자료에서 “다른 기관들의 사례를 참고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대부분의 분쟁조정위원회는 회의를 비공개하고 있으나 조정결과는 익명처리를 거친 사례를 공개하거나 사례집을 발간하는 방법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앞서 16일 내놓은 설명자료에서는 “분쟁조정은 사적 절차로서 당사자가 상호 만족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고 해결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조정결과에 대한 비공개 원칙이 전제될 때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분쟁조정 절차 및 조정에 대한 비공개 원칙은 타 기관 분쟁조정위원회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 시행령에 비공개 원칙을 못박고 있는 곳은 분쟁조정위 뿐이고, 다른 곳들은 사례집 등의 형태로 조정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는 조정식 의원(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추가 설명자료를 냈다.
앞서 조정식 의원은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분쟁조정위 개설 연구용역을 카이트가 도맡아 진행하고, 용역보고서를 통해 조정결과 비공개 원칙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할 경우 사업자의 과실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밝히며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조정결과가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2019년 6월 통신사 등의 불법·부당 행위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게 하겠다며 분쟁조정위를 개설했는데, 조정결과 비공개 원칙 때문에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참여연대와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단체들은 “조정결과를 공개해 이용자들이 통신 사업자들의 불법행위 사례별 손해배상 잣대를 알게 해야 분쟁조정위 운영 효과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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