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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자꾸 논란 일으키는 구글, ‘반 구글’ 정서 키울라

등록 2020-11-24 06:59수정 2020-11-24 11:03

‘앱 통행세’ 이어 ‘일본해 우선 표기’ 논란 불거져
앞서 이용자 개인정보 몰래 수집·활용 ‘의혹’도
업계 “마이크로소프트 ‘구태’ 따라간다” 지적
“엠에스 반면교사 삼은 ‘사악해지지 말자’ 퇴색”
그래픽 고윤결.  사진 트위터 갈무리
그래픽 고윤결. 사진 트위터 갈무리
구글이 이용자 개인정보 몰래 수집 의혹과 ‘앱 통행세’ 논란에 이어 일부 서비스서 동해보다 일본해를 우선 표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선 다 민감한 사안이어서 ‘반 구글’ 정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구태’를 학습하듯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구글 서비스 이용자들과 업계에 따르면, 구글 검색 앱이 날씨 서비스에서 동해를 표기할 때 ‘일본해(동해로도 알려져 있음)’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실제 검색 창 밑에 날씨가 표기되는데, 위치가 ‘일본해’로 표기된다. 구글은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8월에는 구글 지도에서 ‘독도’를 검색하면 아무런 내용이 뜨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구글의 자체 관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국가 간 분쟁 지역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접속한 국가의 표기법을 따르게 하고 있다. 동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구글 지도 앱을 사용할 때는 ‘동해’로, 일본에서 접속할 때는 ‘일본해’로 표시해주는 식이다. 구글이 자체 관례를 바꿨거나 오류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게 한다.

앞서 구글은 내년부터 앱 장터 ‘구글플레이’에 올려지는 모든 앱에 구글 결제시스템 채택을 강제하고, 앱 안에서 이뤄지는(인앱)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떼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이번 조처를 통해 더 가져가는 만큼 서비스·콘텐츠 제공자들의 수익이 감소하거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콘텐츠 생태계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어, 국내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와 국회까지 나서 철회를 요구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구글’ 하면 ‘혁신’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실제로 정보 검색과 모바일 인터넷 이용 확산 등은 ‘구글 작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공룡’ 내지 독점기업 행태로 자꾸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반 구글’ 정서에 불이 지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구태를 따라간다는 지적이 많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정보기술(IT) 업체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글의 ‘사악해지지 말자’ 슬로건이 ‘공룡’ 엠에스를 반면교사로 삼아 앞세운 말이라는 점에서 공교롭다”고 말했다.

엠에스는 1990년대 초 독자적인 한글 구현 방식을 고집해 국내 정서와 대립 각을 세웠다. 당시 아래아한글로 국내 문서편집기 업계를 대표하던 한글과컴퓨터와 한글 학자들은 ‘조합형’을 주장했다. 엠에스가 고집한 변종 완성형은 조합형에 견줘, 한글 가운데 네자를 표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당시 한국엠에스 기술담당 임원은 한글 구현 방식 관련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엠에스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진 업체”라고 강조하며 한글을 다 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일축하기도 했다.

엠에스는 이어 엔카르타(엠에스가 제작한 백과사전) 지도에서 동해와 독도를 각각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백두산을 중국 영토로 표기해 논란을 빚었다. 한국어를 일본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이는 사용자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수정됐으나, 한글 구현 방식 논란으로 촉발된 반 엠에스 정서를 크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최고경영자(CEO) 방한 때마다 문서편집기(워드) 무료 사용판을 대량으로 뿌리는 등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을 심는 행태를 보이다가 막상 시장독점적 사업자 지위에 오르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라고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반 엠에스 정서를 키웠다.

엠에스의 독점기업 행태는 개발자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엠에스의 소프트웨어 독점을 깨 자유로운 소프트웨어 사용 길을 열기 위한 오픈소스(설계도를 공개하고 개작도 허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졌고, 자유소프트웨어재단 등 시민단체 활동도 활성화됐다. 회사 행태에 환멸을 느낀 엠에스 개발자들의 대량 이탈로도 이어졌다. 엠에스를 빠져나온 개발자 중 상당수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모여 자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썬 경영진이 닷컴 붐으로 서버 수요가 느는 유혹에 빠져 애초 계획한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로의 전환 전략에서 벗어나자 다시 빠져나와 구글에 합류해 지금의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엠에스가 이탈한 개발자들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는 이른바 ‘커피 공방’에서 잘 나타난다. 엠에스를 이탈한 개발자들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모여 자바 이름의 프로그램을 내놓자, 엠에스 경영진은 ‘썬 번’(썬을 태워죽이자) 전략과 “자바 커피 마시지 말자”는 구호를 공공연히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바 개발자들은 “시애틀 커피 마시지 말자”(시애틀은 엠에스 본사가 있는 도시다) 구호로 맞대응했다. 엠에스 이탈 개발자들은 구글로 모인 뒤 엠에스를 반면교사 삼아 ‘사악해지지 말자’ 슬로건을 앞세웠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며 엠에스를 위기로 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반 엠에스 정서가 토종 문서편집기 아래아한글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엠에스 문서편집기(워드)와 경쟁하며 살아남게 했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졌을 때는 엠에스가 인수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글과컴퓨터는 1998년 광복절 날 ‘아래아한글 8·15 특별판’으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구글이 독점기업 행태를 버려 ‘사악해지지 말자’는 약속을 지켜내는 동시에 ‘반 구글’ 정서가 커지지 않게 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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