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변호사 업계와 부딪친 리걸테크, ‘제2의 타다’ 되나

등록 2021-05-10 04:59수정 2021-05-10 08:48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기반으로 등장한 ‘리걸테크’(Legal Tech) 사업자와 기존 변호사 업계가 크게 부딪히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과 그로 인한 충돌은 변호사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변호사 업계에서는 플랫폼이 커갈수록 법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리걸테크 업계는 변호사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맞선다. 둘 다 자신들의 방식이 국민의 법률 서비스 이용권을 더 잘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제2의 타다’가 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법조계와 리걸테크 업계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로톡, 네이버 등 플랫폼 이용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지난 4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개정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이다. 이 개정안은 오는 8월부터 변호사 광고, 소송결과 예측 등 리걸테크 서비스에 변호사들이 참여하면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변호사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지식인과 같은 플랫폼에 전문가 답변을 다는 것을 금지한다는 해석까지도 가능하다. 오는 14일에 예정된 변협 총회에서는 개정안이 정한 금지를 넘어서서, 플랫폼에 참여하면 징계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변호사 윤리장전’이 개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변협 쪽은 리걸테크 기업들을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 로펌”이라고 본다. 이들은 “기존 규정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신종 위법, 탈법 광고행위가 증가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들이 법조 시장을 장악하는 기형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률시장 교란의 위험이 있는 불공정 수임해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수임질서 정착을 도모하고자 개정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변호사 4천여명이 가입된 국내 대표 리걸테크 서비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이 개정안이 나오자마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로톡 쪽은 “지난 수년간 변협은 공식 질의회신에서 ‘로톡의 광고는 합법이며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로톡을 비롯한 플랫폼에서 광고를 하는 변호사들은 모두 징계대상이라 말을 바꿨다”며 “변협의 유권해석을 신뢰하고 온라인 광고를 해오던 변호사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이자 온라인을 통한 국민들의 편익과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써,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률 서비스 디지털 전환 이끄는 리걸테크란?

로톡과 같은 회사들은 ‘리걸테크’ 기업이라고 일컬어진다. 리걸테크란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이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각종 리걸테크 기업들은 변호사 업계를 포함해 법률 서비스 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로스쿨이 제시한 분류를 보면 리걸테크 서비스는 크게 9가지로 나뉜다. △법률 문서 작성 자동화 △법조문, 판결문 등 법률 정보 검색 △변호사 중개 △소송 통계·예측 △온라인 분쟁해결 등 5개 영역은 국내에서도 앞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미국과 제도 등의 차이로 국내에서 단기간에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전자증거개시나 △컴플라이언스 △법률 교육 △리걸 매니지먼트 분야도 있다.

리걸테크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시비인사이츠(CB Insights)가 지난해 집계한 결과, 리걸테크 분야의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16년 2억달러(약 2200억원)에서 2019년 11억달러(약 1조21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81%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기업으로는 미국의 온라인 법률상담, 변호사 선임 서비스인 리걸줌, 아보닷컴이 있다.

한국은 아직 규모가 작다. 2015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한국의 리걸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누적 1200만달러(약 132억원) 수준이다. 국내 주요 사업자로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인공지능 기반 법률 및 판례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리콘연구소,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 법률문서를 번역하는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하는 베링랩 등이 있다.

■리걸테크는 ‘비변호사와 동업금지’ 조항 위반?

현재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큰 논쟁이 벌어지는 지점은 변호사법 34조 위반 여부다. 이 조항은 ‘사무장 로펌’을 막고자 만들어진 규제로, 변호사가 아닌 이와 사건 중개, 알선 등 동업을 하면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개념이 없었던 1973년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변호사업계는 기존의 법률 서비스 과정에 끼어들어 이익을 취하는 리걸테크 서비스들이 불법이라며 여러차례 고발했다.

로톡은 지난해 11월 ‘직역수호변호사단’으로부터 고발됐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2016년 변협의 고발에 이어 세번째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변호사들이 유료로 이용하는 로톡의 ‘변호사 광고’가 비변호사와의 동업 금지를 규정한 변호사법 34조를 어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취지의 앞선 두 번의 고발은 모두 로톡 쪽의 무혐의로 결론났다.

로톡이 운영하는 ‘형량예측 서비스’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대가를 받고 법률 상담 등 법률 사무를 한 것이라며 변호사법 109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로톡은 “변호사들이 광고를 하는 서비스이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서 중개를 하지는 않는다. 형량예측 서비스는 과거 판결문을 바탕으로 통계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라 법률상담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네이버 엑스퍼트의 유료 법률상담도 지난해 김평호 여해법률사무소 대표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에게서 두 차례 고발됐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상담료의 수수료에서 시비가 걸렸다.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유료 법률상담을 받으면 네이버페이를 통해서 상담료를 결제하고, 일부가 네이버 쪽으로 간다. 네이버는 이 돈은 간편결제 수수료라서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고발한 쪽은 어쨌든 상담료 일부가 네이버에게 가는 것은 변호사법 34조를 위반한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 리걸테크, 제2의 타다 될까?

변호사업계와 리걸테크 업계 사이의 갈등을 ‘제2의 타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티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 영역에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가 기존의 제도, 사업자들과 충돌하는 구조가 비슷해서다. 타다 갈등은 기존 사업자인 택시 기사들은 타다 이후에도 카카오로 타깃을 바꿔 플랫폼에 대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고, 타다 베이직을 중단시킨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새로운 타다’를 더 많이 만들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갈등 조정과 신산업 육성에 실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리걸테크를 둘러싼 갈등은 이와 달리 미래를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방향으로 이해관계 조정과 규제 정비 등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윤우 변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의와 인권의 수호자인 변호사의 일은 자본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공익성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변호사법이 비변호사와의 동업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법률 서비스 접근권을 들며 플랫폼이 커지고 있지만, 플랫폼이 커지고 변호사가 이에 종속되면 국민들은 결국 질 낮은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필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비변호사와의 동업 금지를 완전히 풀 수는 없겠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로 변호사 수가 크게 증가하고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기술이 등장하는 등 지금의 현실에 맞게 해당 규제가 바뀔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이 법률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더 쉽고 저렴하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