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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에디슨모터스, 쎄미시스코 인수서 드러난 ‘투자자 보호 구멍’

등록 2021-06-30 04:59수정 2021-06-30 07:13

① 투자자 쪼개면 ‘지분 의무보유’ 적용 안 해
② 쪼개기로 증권 모집·매출 규제도 회피 가능
③ 자회사 이용 시 상호출자 규제도 무력화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 에디슨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 에디슨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쌍용차 인수자로 나선 에디슨모터스가 상장사 쎄미시스코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규제 회피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규제의 빈틈을 꼼꼼히 메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투자자 쪼개기로 최대주주 지정 회피

에디슨모터스의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 인수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 쪼개기’를 통해 주식 의무 보유 규제를 피한 점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은 실질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 조합이나 법인이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 주주가 될 경우 투자한 기업의 주식을 1년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 조합이 부실 상장사를 인수한 뒤 허위·과장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우고 먹튀 하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한 규제”라고 말했다.

쎄미시스코의 기존 최대 주주(이순종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인수한 것은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의 지인 등으로 이뤄진 투자 조합으로, 이들이 인수한 지분의 비율은 31.5%다. 사실상 최대주주에 올라선 셈이다.

하지만 주식 의무 보유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건 조합을 6개로 나눠 각 조합별로 지분 4.2∼7.9%씩 나눠 보유한 터라 어느 조합도 ‘최대 주주’가 형식적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하나의 투자 조합을 여러 개로 쪼갠 것이라 해도 형식상 최대 주주가 아니라면 기존 규제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쎄미시스코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언제든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 급등기에 장내 매수한 소액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조합들이 쎄미시스코 주식을 인수한 뒤 한 달 만에 주가는 6배 가까이 올랐다.

■투자 위험 알리는 공모 규제도 피해

조합 쪼개기 덕택에 번거로운 신고 의무도 피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와 비상장사는 50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신주 또는 기존 주식 10억원어치 이상의 청약을 권유하려면 반드시 금융 당국에 투자 위험 등을 담은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모집(공모)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신고서가 부실하면 당국이 직접 신고서 수정 요구를 하고, 미신고시 제재도 뒤따른다.

하지만 조합 결성을 통해 투자자를 쪼개면 경제적 실질과 무관하게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쎄미시스코 사례의 경우 6개 조합에 참여한 조합원(개별 투자자·법인 포함)은 수십 명이다. 실제 투자자 수가 50명을 훌쩍 넘는다 해도 사모 투자로 간주해 공모 규제는 받지 않는다.

미래에셋대우가 2016년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의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 상품을 투자자 수백 명에게 쪼개 파는 수법으로 공모 규제를 피해간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미래대우는 페이퍼 컴퍼니(SPC) 15개를 만들고 SPC 하나당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해 증권 신고서 제출 등 공시 의무를 피했다가 뒤늦게 과징금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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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상호 출자이나…

상장사인 쎄미시스코는 시장에서 자체 투자금을 조달해 경영권 인수자인 에디슨모터스에 2천억원을 재투자할 예정이다. 에디슨모터스 쪽과 쎄미시스코 간 상호 출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은 이처럼 상장사 신주를 인수한 새로운 최대 주주가 인수일부터 6개월 이내에 인수한 회사의 출자나 대여금 등을 받으면 ‘투자 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한다. 투자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고 미리 알리는 제도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예외를 적용받는다. 쎄미시스코 신주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회사가 에디슨모터스의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이고, 쎄미시스코의 투자를 받는 회사는 에디슨모터스이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활용하면 상장사의 상호 출자 제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만약 한 상장사에 투자한 여러 개의 조합이 서로 주식 취득과 처분, 의결권 행사 등에 관한 약정을 해놓고 개별 조합별로 지분(5% 이상) 보유 공시를 한다면 공시 의무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쎄미시스코의 향후 성장 전망이 밝은 만큼 지분 투자를 한 조합들도 보유 주식을 팔 이유가 전혀 없다”며 “조합들이 주식을 투매해 주가가 내려가면 내가 피해를 보는 만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소신 있게 국제적인 자동차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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