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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미룰까 말까… LG배터리, 역대 최대 상장 앞두고 고민

등록 2021-08-26 04:59수정 2021-08-26 08:32

배터리 시장 주도권 잡으려면 투자금 조달 시급
그룹 이미지·기업가치 산정엔 악영향 우려
엘지(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 엘지에너지솔루션 제공
엘지(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 엘지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차 배터리를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키우는 엘지(LG)그룹이 고민에 빠졌다. 배터리 사업 회사인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역대 최대 규모 상장을 앞두고 2조원대 배터리 리콜(결함 시정조치) 사태가 터지며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예정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인가, 일단 미룰 것인가. 엘지 쪽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에 “다음주까진 상장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고수냐 연기냐…고민 빠진 엘지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한국거래소의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받고 있다. 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엘지화학의 100% 자회사로 분사해 올해 6월 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신청했다. 통상 영업일 기준 45일로 정해진 심사 기간은 이미 지났다. 기한을 연기한 셈이다.

문제는 심사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상장 규정의 ‘질적 심사’ 요건 때문이다. 이 요건은 상장 예정 회사의 영업과 재무 안정성 등을 따지도록 하고 있다. 거래소 핵심 관계자는 “기업의 매출액이나 이익에 견줘 일시적으로 큰 비용(충당금)이 발생하는 경우 그 금액이 확정돼야 상장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엘지 배터리를 장착한 볼트 전기차 14만대 리콜을 결정하며 리콜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가 예상한 전체 리콜 비용은 약 18억 달러(2조1035억원)다. 이중 엘지에너지솔루션과 엘지전자가 올해 2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한 비용은 3256억원이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엘지 쪽이 추가 부담해야할 비용을 수천억원에서 1조원 남짓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 시각) “제너럴모터스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엘지 쪽이 리콜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트 전기차 리콜 사태를 낳은 화재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고, 엘지 쪽 비용 분담률이 확정되기 전까진 상장 심사도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장 가자”

엘지그룹은 대외적으로 “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계획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장을 계속 추진한다는 얘기다.

이유가 있다. 배터리 사업 확대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서다. 상장을 통한 외부 투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당장 올해부터 3년간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필요한 시설 투자액만 14조여원에 이른다. 연간 4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120기가와트시(GWh) 규모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오는 2023년까지 260기가와트시로 확대하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반영해 추산한 금액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이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국내에 투자하기로 계획한 금액만 12조원이 넘는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올해들어 중국 시에이티엘(CATL)에 이미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삼성에스디아이(SDI) 등 경쟁사의 추격도 매섭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면 투자에 고삐를 좨야 한다.

상장이 늦어지면 모회사인 엘지화학의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신학철 엘지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지난달 온라인 투자 설명회에서 “그간 엘지화학의 영업이익으로 에너지솔루션이 투자를 했으나 에너지솔루션 분사 및 상장을 통해 엘지화학의 투자 여력도 확대됐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늦춰질 경우 엘지화학의 투자 여력도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미루자”

반면 상장 연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배터리 리콜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상장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우려해서다. 그룹 이미지를 고려해 일단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철회하고 리콜 이슈가 정리된 뒤 다시 상장을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지금 당장 상장을 추진하는 게 투자금 조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장 과정에서 또 다른 전기차 화재 이슈가 나오면 기업가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엘지에너지솔루션이 분기별로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적정 기업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엘지그룹 내부에서도 전향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엘지 쪽 관계자는 “당장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많다”고 전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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