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소비자 권익 뒷전…허탈하게 끝난 현대차-중고차 업계 ‘밥그릇 싸움’

등록 2021-08-31 18:16수정 2021-09-01 02:51

석달 논의에도 결론 못 낸 현대차 중고차 진출…3대 쟁점은?
여당 중재 합의안 도출 난항, 최종 무산시 중기부에 공 넘어가
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 여당 중재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석 달 간 끝장 논의를 벌였지만 막판까지 세부 쟁점을 놓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 정작 중고차 소비자 권익은 소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31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갖고 “협상이 마지막 단계까지 최종 타결을 짓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앞서 지난 6월 초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동차 매매 산업 발전 협의회’를 만들어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중재에 나섰다. 당시 정한 협의회 논의 시한은 3개월이었으나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무위로 돌아간 석달 끝장 논의

일단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 자체는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올해 3%, 내년 5%, 2023년 7%, 2024년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부 쟁점을 놓고 양쪽이 갈라섰다는 점이다. 첫째 쟁점은 시장 점유율 계산의 기준이 되는 중고차 거래의 범위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뿐 아니라 개인 간 직거래 물량까지 포함해 시장 점유율을 계산하자고 주장한 반면, 중고차 업계는 순수 사업자 간 거래 대수만 인정하겠다고 맞섰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 250만대(개인 직거래 140만대 포함)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똑같은 시장 점유율 10%라도 완성차 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중고차 물량이 개인 간 직거래 포함 시 연간 25만대, 직거래 제외 시 11만대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둘째 쟁점은 중고차 매입 규제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직매입을 금지하고 별도의 중고차 거래망에서 공개 입찰을 거쳐 차를 사가라고 요구했다. 예컨대 현대차 대리점에 소비자가 현재 타는 차를 중고차로 넘기고 신차를 할인받아 사는 이른바 보상 판매를 못 하게 해 알짜 물량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다.

마지막 쟁점은 중고차 업계 손실 보상 방안이다. 중고차 업계는 줄어든 거래 물량만큼 신차 판매 권한을 떼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업계 쪽이 제시한 세부 요구안에 협상의 판을 깨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입차 업체는 지금도 중고차 직매입을 하는데 국산 차 제조사만 이를 막으면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면서 “신차 판매 역시 완성차 업체에 소속된 판매사원 노조가 받아들일 리 없는 사실상 수용이 어려운 요구”라고 말했다.

반면 진성준 위원장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4년간 단계적으로 10%까지 허용하기로 합의한 건 중요한 진전”이라며 “나머지 쟁점은 시간을 가지고 절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향후 1∼2주간 시간을 더 갖고 완성차 및 중고차 업계와 물밑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그래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공은 정부로 넘어간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5월 심의 기한을 넘겨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을지로위원회 중재가 무산되면 중기부도 더는 결정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 편익은 고려도 안돼

중고차 거래 시장의 진입 규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 관계자인 소비자의 편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불투명한 거래 관행 개선 방안이나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후 가격 인상 우려 등에 관한 논의가 쏙 빠져서다.

협의회에서 양쪽 업계를 중재했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의는 결국 소비자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하자는 게 초점이지만 협의회에선 소비자 얘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번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다면 향후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함께 제한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제도를 만들지 못한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