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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HMM “유럽 수출은 큰 배, 미국은 작은 배로 운송”…왜?

등록 2021-09-27 14:56수정 2021-09-27 15:09

“미국 항구는 모두 협소해 큰 배 못 대
1만6천TEU 이상은 파나마운하 통과도 어려워”
유럽 주요 항구들은 2만4천TEU급도 수용
지중해-홍해 연결 수에즈운하 통과도 거뜬
에이치엠엠(HMM)의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그단스크호’가 만선 상태로 항구를 떠나고 있다.
에이치엠엠(HMM)의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그단스크호’가 만선 상태로 항구를 떠나고 있다.

국내 유일 원양 국적 해운업체 에이치엠엠(HMM)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현재 바다 위를 떠다니는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2만4천TEU(20피트(6m) 컨테이너 한개)급 선박 12척의 아시아~유럽 헤드홀(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화물) 누적 운송량이 100만TEU를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부산신항에서 2803TEU 분량의 국내 수출 화물을 싣고 떠난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5호(그단스크호)가 21일 중국 옌톈항에서 만선으로 스페인 알헤리라스항을 향해 출항하면서 누적 운송량이 101만5563TEU에 달했다고 했다.

앞서 에이치엠엠은 2018년 9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둔덕삼아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각각 6척씩 발주했다. 이 배들은 지난해 4월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5개월에 걸쳐 에이치엠엠에 차례로 인도돼, 에이치엠엠 참여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 정기노선에 투입됐다. 에이치엠엠은 “22일 헤드홀 기준으로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이 총 52회 운항됐는데, 50항차가 만선으로 출항했고, 2항차는 99%를 채웠다. 백홀(유럽에서 아시아로 수출되는 화물)을 포함하면 총 97차례 운항했고 누적 운송량은 186만1633TEU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헤드홀 누적 운송량 101만5563TEU의 컨테이너 박스를 일렬로 나열하면 서울~부산을 10번 왕복하는 6100k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소속 해운업체들은 컨테이너선들을 아시아~미주와 아시아~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정기노선에도 투입하고 있는데, 에이치엠엠은 왜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의 누적 운송량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유럽 노선 운송량 수치만 밝혔을까. 에이치엠엠은 <한겨레>의 이런 질문에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모두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미주 등 다른 노선에선 이 배들을 운항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병선 에이치엠엠 차장은 “올 상반기 인도받은 1만6천TEU급 8척도 모두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됐다. 아시아~미주 노선에는 1만3천TEU급 이하 컨테이너선들만 운항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발주해 2024년 상반기 건네받을 예정인 1만3천TEU급 12척 역시 아시아~미주 노선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에이치엠엠은 왜 아시아~유럽 노선에는 대형 선박을 투입하고, 아시아~미주 쪽 노선에선 이보다 작은 배로 화물을 실어내는 것일까.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미국 쪽으로 수출되는 화물 운송이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건 아닐까. 에이치엠엠은 이런 질문에 “미국 서안(로스앤젤레스·롱비치 등)과 동안(뉴욕·서배너 등) 쪽 항구 모두 협소해 1만6천TEU급 이상 큰 배들이 정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병선 차장은 “유럽의 주요 항구들은 1만6천~2만4천TEU급의 대형 선박들도 정박해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데 비해, 미국 항구들은 1만3천TEU급 이하 선박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엠엠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제원.
에이치엠엠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제원.

에이치엠엠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길이 비교.
에이치엠엠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길이 비교.

배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갈 때 경유하는 수에즈 운하는 수로가 넓어 큰 배도 너끈히 통과할 수 있는데 비해, 미국 동안으로 갈 때 거치는 파나마운하는 수로가 좁아서 작은 배만 통과 가능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에이치엠엠 설명과 두산백과에 따르면,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좁은 구역도 너비가 160m(편도 기준 80m)를 넘어 안전운항 기준을 적용해도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너비 61.5m)까지 통과할 수 있는데 비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입출구 구실을 하는 갑문 너비가 33.5m에 그쳐 너비가 32.3m를 넘는 배들은 통과할 수 없다. 에이치엠엠은 “안전운항 기준을 적용하면 수에즈 운하도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까지만 통과할 수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크기를 2만4천TEU급으로 정한 것도 수에즈 운하 통과 기준을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장거리 노선일수록 큰 배를 투입하는 게 효율성이 큰 것도 이유이다. 에이치엠엠은 “2만4천TEU급과 1만3천TEU급 선박을 비교하면, 한번에 수송할 수 있는 화물량은 2배에 육박하는데 비해 기름값과 인건비 등 비용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런 효율성 차이는 장거리 노선일수록 커진다”고 설명했다. 부산신항을 기준으로 배가 유럽 쪽 노선을 왕복하는데는 평균 12주 가량 걸리는데 비해, 미국 서안은 4주(동안은 7주) 정도면 갔다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인한 운송량 증가와 성탄 및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화물 운송 수요가 겹치면서 미국의 각 항구 앞바다는 현재 전세계에서 몰려든 컨테이너선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김성민 에이치엠엠 과장은 “요즘은 컨테이너선이 미국 항구에 접안하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항구가 셧다운이라도 되면 마냥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배와 컨테이너가 묶이면서 미국 쪽 수출 화물 운송이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며 “이 부분도 미주 노선에 큰 배 투입을 꺼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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