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메탈 배터리, 인산철 배터리, 삼원계 배터리, 4680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까지….
요즘 언급되는 전기차 배터리 종류는 이처럼 다양하다. 배터리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리며 업계 종사자조차 각 배터리의 특성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생산·적용 중인 배터리는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다. 금속 물질인 리튬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전지다. 배터리를 충전할 땐 양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전자와 분리돼 음극(-)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차가 달릴 때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다시 넘어오며 전기 에너지가 발생하는 게 기본 원리다.
배터리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각 부위에 들어가는 소재를 살피면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두 극이 서로 만나는 걸 막는 분리막을 기본 구성으로 하고 여기에 리튬이온이 오갈 수 있는 액체 전해액을 부어 만든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만드는 전지는 양극을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중 3∼4개 비철금속으로 구성한 ‘삼원계 배터리’라는 게 특징이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안전성 강화 조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산철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에 비싼 코발트와 니켈 대신 저렴한 철과 인을 넣은 배터리다. 중국 시에이티엘(CATL)과 비야디(BYD) 등이 생산한다. 이 배터리는 가격이 싸고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최근 배터리 포장을 간소화해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보완했다. 미국 테슬라도 보급형 전기차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스타트업 SES가 개발 중인 ‘리튬메탈 배터리’는 양극이 아니라 음극 소재를 바꾼 신제품이다. 전지 음극에 기존 흑연과 실리콘 대신 리튬금속을 넣어서 에너지 밀도와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음극에 쌓인 리튬이 밖으로 삐져나오며 양극과 닿아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SES 쪽은 음극 표면에 특수 코팅을 하고 액체 전해액 대신 젤 타입 전해질을 사용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와 테슬라 납품 회사인 일본 파나소닉이 개발 중인 ‘4680 배터리’도 있다. 이 전지는 기존 소형 원기둥 모양인 삼원계 배터리의 지름을 46mm, 길이를 80mm로 확대한 것이다. 배터리 크기를 키워 에너지 밀도를 올리고 배터리 포장재를 덜 사용해 자동차 무게와 비용은 줄이는 전략이다.
꿈의 배터리라는 별명을 가진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전지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전해액이 밖으로 샐 위험이 사라지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도 필요하지 않아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일본 도요타가 지난 9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으나 양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도요타 쪽도 시험 주행 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이 짧다는 과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의 개발 방향이 중요한 건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성장 전망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만약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이뤄지면 전해액과 분리막 등을 생산하는 회사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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