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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차끌고 줄섰는데 2시간 만에 품절…“요소수도 마스크처럼 재고정보 필요”

등록 2021-11-12 16:48수정 2021-11-12 18:59

군부대 요소수 긴급 투입에도 하루 만에 품절
“정부 대책 체감 안돼”…내주 수급난 완화 기대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축항대로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 요소수를 사려는 화물차가 길게 줄 서 있다.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축항대로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 요소수를 사려는 화물차가 길게 줄 서 있다.

“요소수가 떨어졌으면 미리 알려줬어야죠. 한 시간이나 기다렸잖아요.”

12일 오전 11시께 인천항 부두와 인접한 인천시 중구 축항대로의 한 주유소에서 고성이 오갔다. 45t 화물차 운전기사 박아무개(43)씨가 주유소 직원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박씨는 지방으로 화물을 가지러 가는 길에 이곳에 요소수가 있다는 동료 기사 문자를 받고 주유소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전날 이 주유소엔 군부대에서 나온 차량용 요소수 10ℓ짜리 500통이 입고됐다. 하루 전 팔고 남은 요소수 150통을 이날 오전 9시부터 다시 판매했다. 기름 100ℓ를 넣어야 1통에 1만2천원짜리 요소수 2통을 살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그러나 박씨 차례가 오기도 전에 요소수는 2시간 만에 품절됐다.

이른 아침부터 요소수를 찾는 화물차와 트레일러, 유조차, 승합차 등이 300m 이상 길게 줄을 섰던 탓이다. 승합차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 소매업을 하는 이아무개(62)씨는 “차에 요소수 보충 경고등이 들어와 급한 마음에 광명에서 인천까지 달려왔다”며 “국외에서 주문한 요소수도 배송이 늦어져 오늘 요소수를 못 사면 다음주부터 일을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포승공단로의 한 주유소 내 요소수 주입기 전원이 꺼져 있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포승공단로의 한 주유소 내 요소수 주입기 전원이 꺼져 있다.

같은 시간 국내 최대 수출입 항만인 평택항 일대 주유소도 사정이 비슷했다. 평택항과 1.7㎞ 남짓 떨어진 현대오일뱅크 포승주유소엔 이른 아침부터 요소수를 찾아 주유소에 들렀다가 운전대를 돌리는 화물차가 적지 않았다.

평택항 인근 주유소 6곳엔 전날 군 요소수 15t, 주유소당 250통(10ℓ)이 풀렸다. 수출입 물류를 위해 항만 출입증을 앞에 붙인 컨테이너 운송 트럭에만 공급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판매 시작 반나절 만에 대다수 요소수가 동이 났다. 포승주유소 이아무개(66) 총무는 “전날 아침에 사무실 앞에 쌓아놨던 요소수 박스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며 “이 도로를 따라 늘어선 주유소 6곳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길의 한 물류창고에 컨테이너들이 놓여 있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길의 한 물류창고에 컨테이너들이 놓여 있다.

평택항 자동차 수출 부두 앞의 한 주유소엔 평소 포장 없는 벌크 요소수 1천ℓ를 보관하는 요소수 셀프 주입기 2대의 전원이 모두 꺼져 있었다.

“전쟁이에요 전쟁. 정부가 물량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체감되지 않아요.” 주유소 직원은 요소수 셀프 주입기가 열흘 전부터 텅 빈 상태라며 혀를 내둘렀다. 전날 이곳에서 군 요소수 3통을 간신히 구했다는 트레일러 운전자 김벽기(60)씨는 “10ℓ 요소수 3통은 하루 800∼900㎞씩 장거리를 뛰면 고작 이틀 치”라며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1통에 1만원이었던 요소수를 요샌 5만∼7만원을 줘서라도 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요소수 품귀가 이어지는 건 화물차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재고 물량이 일찌감치 바닥난 데다, 최근 정부가 긴급히 공급한 요소수도 2∼3일에 1회꼴로 요소수를 충전해야 하는 장거리 화물차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아직도 언론 기사를 보거나 동료들로부터 십시일반 얻은 정보를 이용해 요소수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화물 기사는 “우리는 시간이 돈인데 일주일 넘게 요소수를 구하러 도로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다”며 “마스크처럼 주유소별 요소수 재고와 판매 현황이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물류 업계 전반이나 건설, 운송 현장 등으로 요소수 품귀의 파장이 번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당장 요소수 없인 일할 수 없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물량을 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어서다.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안녕길의 한 차고지에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경유(디젤)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안녕길의 한 차고지에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경유(디젤)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평택항 쪽에서 창고와 물류업을 하는 경평물류의 정준광 과장은 “위기감이 들긴 했지만 지입 차 기사님들이 알아서 요소수를 구해서 특별히 어려움을 겪진 않고 있다”고 했다. 인근에서 4층짜리 창고를 시공 중인 디어스이앤씨의 신효진 과장도 “레미콘 운반차가 평소보다 운행을 덜 하고 있지만 현장의 협력사 사장님들이 요소수를 1통에 3만∼4만원씩에라도 구해서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선 차량용 요소수 수급난이 이번주를 넘기며 차츰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외에서 요소수와 요소수의 원재료인 요소 확보 물량이 늘고 있고, 현재 석 달 치 요소를 구한 국내 최대 차량용 요소수 공급업체 롯데정밀화학도 다음주부터 페트형 요소수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 쪽은 매점매석 우려로 10ℓ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요소수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요소가 국내에 도착한 뒤 요소수 제조까진 이틀이면 된다”며 “차량용 요소수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 시중에 풀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종오 옥기원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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