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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우크라, 삼성에 러시아 수출 중단 요청…곤혹스런 대기업들 “러 이외 중국눈치”

등록 2022-03-06 15:56수정 2022-03-06 20:02

글로벌기업 잇단 거래중단 속
공개적 언급 삼가며 전전긍긍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서한.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서한.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뜻으로 러시아 수출·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우크라이나 지원 뜻을 잇따라 밝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동참 여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을 콕 찍어 러시아 수출·서비스를 중단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4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 첨부한 서한에서 “전 세계의 재계 리더, 기업, 단체들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서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적극 돕고 있다”며 “침략자를 막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없지만 이런 노력이 침략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탱크와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유치원과 병원을 폭격하는 한 러시아인은 삼성전자의 멋진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세계 평화를 걱정하며 권위주의적 침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딜 것을 촉구한다”며, 삼성페이와 갤럭시스토어 등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페도로프 장관은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도 서한을 보내 러시아 서비스 중단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6일 이와 관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초기부터 수출 선적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지 물류 사정이 좋지 않고,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위험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난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구호물품 지원 등을 국제기구와 연대해 추진 중이다. 이미 600만달러(가전제품 100만달러어치 포함)를 우크라이나 적십자 등에 기부하기로 했고,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금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받은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수출 중단’ 내지 ‘판매 중단’이란 용어를 쓰면 고민해야 할 사안이 많아진다”며 “‘선적 중단’ 정도가 적당한 표현 같다”고 주문했다. 그만큼 용어나 표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앞서 한 수출 대기업 임원은 ‘한-미가 협의해 러시아 수출 제한 품목에서 자동차·스마트폰·세탁기 같은 일상 소비재 상품들은 제외하기로 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그냥 ‘업계 관계자’로 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해달라”고 말했다. “지금은 한발 더 나가서도 벗어나서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 쪽보다 중국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지식인 몇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삭제했다는 보도를 대기업들은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러시아의 행태를 우호적으로 보는 것 같은 정서를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출 대기업 팀장은 “언론 요청 때마다, 어떤 경우에도 회사 이름을 거론하지 말고 ‘업계 관계자’로 해 달라고 하거나, 아예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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