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21일 중국 CNGR사와 합작투자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정대헌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유병옥 부사장, 이경섭 전무, CNGR 덩웨이밍 동사장, 주종웬 부총재.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그룹이 중국 업체와 합쳐 1조5천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전구체 생산 공장 등을 포항에 만든다. 중국산 이차전지와 소재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중국 대신 국내에 이차전지 소재 관련 생산시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1일 중국 전구체 회사 시엔지알(CNGR)과 이차전지용 니켈 정제(순도를 높이는 공정)와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 투자 계약(JV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약 1조5천억원을 투자하며, 공장 건설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포항시 영일만 4산단에 올해 4분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직전 단계의 중간 소재로 니켈, 코발트 등 원료를 배합해 제조한다. 이차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물질로 꼽힌다.
투자계획을 보면, 포스코홀딩스와 시엔지알이 6대4 지분으로 니켈 정제 공장을 설립하고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이 황산니켈을 포스코퓨처엠과 시엔지알이 각각 2대8 지분으로 만드는 전구체 생산공장에서 활용해 전구체를 생산한다. 공장이 가동되면 순니켈 기준 연산 5만톤 규모의 황산 니켈과 연산 11만톤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120만대 분량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이번 지분 참여는 전구체 경쟁력이 있는 시엔지알과 협력해 전구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투자로 지분율도 이에 따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중국 시엔지알은 세계 1위 전구체 전문기업이다. 시엔지알은 니켈 정제와 전구체 생산 기술, 자체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포스코퓨처엠은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의 이번 투자는 미 인플레이션법이 지난해 발효된 이후 탈중국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해야 미국 전기차·배터리 업체 등에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가 중국의 협력 없이는 단기적으로 쉽지 않아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형태로 풀어가는 식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합작 투자 계약으로 국내 생산 비중이 약 13%에 불과한 전구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다른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국내 전구체 생산시설 투자계획도 잇따랐다. 에스케이(SK)온과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국의 전구체 제조사 ‘지이엠’(GEM)과 함께 전라북도 새만금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우기로 지난 4월 협약식을 맺었다. 1조2천억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매해 전구체 1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엘지(LG)화학도 지난 4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산업단지에 5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양극재 제조사인 엘앤에프와 엘에스(LS) 그룹도 1조원을 투자해 2025~2026년 양산을 목표로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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