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 21일(현지시각) 오만 무스카트에서 하이드롬과 두쿰 지역 그린수소 독점 사업 개발 및 생산, 부지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열 삼성엔니지어링 상무, 스테판 고베흐 엔지 전무, 프레드릭 끌로 엔지 아시아·중동 총괄 책임자, 살림 빈 나세르 알 아우피 오만 에너지광물부 장관 겸 하이드롬 이사회 의장, 조주익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장, 이영재 한국남부발전 수소융합처장, 홍기열 한국동서발전 해외사업실장, 노빠짓 차이와나쿱트 피티티이피(PTTEP) 전무.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국내 기업이 국외에서 추진하는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청정수소) 사업 중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렇게 생산한 그린수소를 국내로 들여와, 제철소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들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소환원제철’과 가스터빈에 수소를 섞어 연소시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소혼소 발전’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2일 “3개국 6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만 정부가 그린수소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기업 하이드롬과 두쿰 지역 그린수소 독점 사업 개발과 생산, 부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사업권은 수소 승용차 440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사업을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한국남부발전, 프랑스 엔지(에너지 기업), 태국 피티티이피(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 전문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남서쪽으로 450㎞가량 떨어진 알우스카주 두쿰 지역에서 앞으로 47년 동안 그린수소 사업을 독점 추진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확보한 부지 면적만도 서울시 총 면적의 절반(340㎢) 크기다. 두쿰 경제특구 내 도로와 항만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은 이 곳에 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해 연 22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120만톤의
암모니아로 합성한 뒤 국내로 들여와 수소환원제철과 수소혼소발전 등에 사용하고, 일부 물량은 오만에서 사용한다. 두쿰 경제특구에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합성 플랜트도 건설한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설비, 그린수소 플랜트, 암모니아 합성 플랜트를 2027년 착공해 2030년 준공한다는 목표다.
국내 기업들이 수소와 암모니아를 외국에서 구하는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고, 국외 재생에너지 발전 조건이 더 좋기 때문이다. 구기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제주도와 새만금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에서도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 관련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대용량 실증 기술은 태양과 바람 조건이 한국보다 좋은 중동과 서호주 지역 쪽이 앞서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서부발전도 지난 3월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EDF)의 자회사 이디에프-알(EDF-R)과 북아프리카에서의 신재생·수소사업 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과 석유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리는 것에 적극적이다. 땅이 넓고 돈이 많고 자연조건이 좋아, 미래 재생에너지나 수소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영 전력기업 에이시더블유에이(ACWA)파워를 앞세워 네옴시티에 하루 65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2025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대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국영 에너지 기업들은 수소·암모니아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1월 열리는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28)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국가 중 최초로 2021년에
‘2050년 넷제로’를 선언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44%, 원자력 6%, 천연가스 38%, 청정석탄 12%의 에너지원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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