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에서 차세대 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양산 경쟁이 불붙었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가 올해 하반기 2㎚ 시제품 생산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2025년에 본격적으로 2㎚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전통의 강자인 인텔도 파운드리 부문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기업 간 간 쫓고 쫓기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고 구체적인 2㎚ 이하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2㎚ 공정은 2025년 모바일용 반도체 생산부터 시작한다. 2026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에 2㎚ 공정을 적용하고, 2027년엔 차량용 반도체 공정으로 확대한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 단위가 줄수록 저전력, 고성능, 초소형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2㎚ 공정은 3㎚ 공정 대비 성능이 12%, 전력효율이 25% 향상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현재 최신 공정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티에스엠시와 삼성전자다. 3㎚ 공정 기준으로 삼성전자 기술력이 티에스엠시에 비해 1년 정도 뒤쳐졌지만, 2㎚ 양산이 본격화할 2025년엔 양사 간 차이가 없어질 전망이다. 나노 경쟁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에이에이(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 기술을 지난해 6월 3㎚ 반도체 양산에 가장 먼저 도입한 게 기술 역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지에이에이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티에스엠시는 2025년 2나노 공정부터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에스엠시는 내년 초로 계획했던 2㎚ 공정 시제품 생산을 올해 말로 앞당겨 추진 중이다. 기술력에서 빠르게 추격 중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든 인텔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2㎚ 양산 준비에 앞선다면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인 고객사 확보에도 안정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는 “티에스엠시가 2㎚ 공정 고객사로 애플과 엔디비아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은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3년 5528억달러에서 2026년까지 7162억달러로 연평균 9.1% 성장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2023년 1202억달러에서 2026년 1879억달러로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특히 3나노 이하 공정이 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24.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인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의 추격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텔은 막강한 컴퓨터 반도체 분야 업력을 바탕으로 독일과 폴란드, 이스라엘 등에 반도체 신규 공장 건립을 발표했다. 인텔은 2024년 상반기 2㎚ 공정을 도입한 뒤 2025년 하반기부터 1.8㎚ 공정을 생산라인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도 미 아이비엠(IBM)과 협력해 2027년부터 2㎚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3nm 공정을 뛰어넘어 초미세 공정인 2nm급 반도체를 양산할 경우 안정적인 수율과 품질이 보장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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