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쿠팡 제공
쿠팡이 올해 2분기(4~6월)에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창사 이래 첫 연간 기준 흑자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공격적인 납품 단가 협상이나 외주화를 통한 간접 고용 확대와 같은 수익성 개선 뒤에 자리잡은 그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58억37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1314.68원)을 적용하면 약 7조674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억4764만달러로, 전분기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2분기엔 적자였다. 쿠팡은 미국 상장 기업인 터라 실적 공시를 미국에서 한다.
이러한 실적 흐름은 지난 2010년 창업 이후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 달성을 점치게 한다. 지난해 3분기 첫 분기 기준 흑자를 낸 이후 흑자 규모가 꾸준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활성고객수(분기 중 한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2분기 활성고객 수는 역대 최대인 1971만명으로 지난해 2분기(1788만명)보다 10.2%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296달러(약 39만원)로 같은 기간 5% 증가했다.
쿠팡은 실적 발표 뒤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국내 유통시장은 3.1% 성장했지만, 쿠팡은 같은 기간 21% 성장했다”며 “로켓배송뿐 아니라 후발주자인 패션·뷰티, 오픈마켓 형태의 마켓플레이스, 일반 판매자 상품을 익일배송 해주는 로켓그로스 등도 큰 폭 성장했다”고 밝혔다.
실제 쿠팡의 핵심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 등) 2분기 매출은 56억8159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반면 신사업(쿠팡플레이·쿠팡이츠·해외사업·핀테크 등) 매출은 1억5629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가량 줄었다. 다만 배달플랫폼인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을 연계한 할인 제도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쿠팡 쪽은 설명한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도 “멤버십 연계 할인이 유료회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이츠 할인을 와우 멤버십 정규 혜택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실적 개선에는 그늘도 자리잡고 있다. 쿠팡 플랫폼에 납품하는 업체와의 공격적 단가 협상과 그에 따른 갈등 비용이 적지 않다. 햇반 판매 수수료를 둘러싼 씨제이(CJ)제일제당과 충돌한 데 이어 최근엔 존슨앤드존슨·유니레버 등 다국적 기업과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공격적 단가 협상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 숨은 비용도 누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직접 고용 인력을 줄이고 간접 고용 형태로 쿠팡 배달 생태계를 조정한 것도 논란이다. 이런 조정은 인건비 절감에 따른 수익 개선이란 잇점이 있지만 갈등 비용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7만2763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엔 5만2551명으로 1년 새 2만212명이나 줄어들었다. 고용 감소율이 27.8%에 이른다. 직원 수의 큰 폭 감소는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를 통한 배송 인력 외주화가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쿠팡에 납품하는 한 식품회사 임원은 쿠팡의 실적 개선에 대해 “‘납품업체 쥐어짜기의 결과’라는 시선이 업계에 많다. 외주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는 쿠팡이 내세웠던 좋은 일자리 창출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