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케이티(KT) 수장에 오른 김영섭 대표가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통신시설 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취임 뒤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수준의 인원 교체와 퇴임, 신규 채용 등은 있겠지만 과거 케이티 대표들이 바뀔 때처럼 몇 천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올해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케이티는 그동안 최고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기업 체질을 개선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했던 전례가 있었지만, 일단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엘지(LG)그룹에서 재무 담당 임원을 지내는 등 ‘재무통’인 터라, 케이티 대표 취임 뒤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케이티는 내부 출신 대표이사 후보가 중도사퇴하는 등 반년 가까이 경영 공백을 겪어, 혁신을 위해선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던 터였다.
김 대표는 인사 개편 가능성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케이티 내의 훌륭한 사람들을 선택하고 선임하는게 1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력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분야에서 조직 내 사람이 길러지지 않았다면 외부에서 훌륭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취임 직후 김 대표는 국회의원들에게 회사 돈으로 ‘쪼개기 후원’을 한 임원 등 3명만 보직해제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통신사들이 대등한 역량을 쌓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역량을 통신기술(CT)과 통합해 수준을 확실히 높이는 것은 제가 있는 동안에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 접근 대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 접근을 해야 통신사들이 디지털 시대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넋 놓고 세월을 보내면 곧 아무도 케이티를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만든 네트워크 인프라 위에서 메신저, 오티티(OTT, 온라인동영상시청),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통신사들이 제각기 도전장을 내밀어 봐야 빅테크가 보기엔 모기 한 마리가 와서 부딪히는 수준일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시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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