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김창범 상근부회장 등 임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동안 이어온 이름을 버리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는 절차를 마쳤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등 ‘정경유착’ 흔적이 남아있던 간판만 버린 것으로 정경유착 차단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경련은 18일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기관명 변경을 포함한 정관 변경을 승인해 한경협으로 이름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달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산하 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고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의결했지만 산업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었다.
한경협은 이날 상근부회장에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를 선임했다. 주로 기업인과 경제 관료 출신이 맡았던 ‘전경련 2인자’ 자리에 외교관 출신 인사를 앉혔다. 김 전 대사는 류진 회장과 서울대 영문과 78학번 동기이고, 외무고시(15회)로 외교관을 시작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내고, 주인도네시아 대사(2018~2020) 등을 거쳤다.
간판 등 외양은 바꿨지만 한경협이 과거 전경련 모습에서 거듭났는 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지난 8월 삼성의 재가입 건을 논의한 뒤 “전경련의 혁신안은 선언 단계이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현대차·엘지(LG)·에스케이(SK) 등 전경련에 재가입한 그룹들도 한경협의 모습을 보며 추후 회비 납부 등 활동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한경협은 외부 인사로 구성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집행부 사업 등을 감독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덕망 높은 위원들로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날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등을 찾아 참배했다. 류진 회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1일에는 구내식당에서 전복죽 식사를 즐긴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 수산물 애용”을 독려한 바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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