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두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3 이미지. 에스케이하이닉스 누리집 갈무리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동에 필수제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이치비엠)에 대한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하이닉스가 ‘큰 손’인 엔비디아에 ‘에이치비엠3’을 독점 공급한 데 이어 다음 세대 제품인 에이치비엠3이(E) 최종 공급 계약을 앞두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에이치비엠4’ 개발과 다른 고객사 확보로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 설명을 종합하면,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 출시할 새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에이치(GH)200에 하이닉스의 에이치비엠3이 탑재된다. 하이닉스는 지난 8월께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한 뒤 현재 공급 계약 직전 단계인 최종 테스트를 받고 있다. 에이치비엠3의 확장형 모델인 해당 제품은 초당 1.15 테라바이트(TB)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발열 제어 기능도 강화됐다. 생성형 인공지능 구현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하이닉스는 6월부터 엔비디아의 에이치(H)100에 탑재된 에이치비엠3을 공급해오고 있다.
엔비디아 효과로 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7~9월)에 디(D)램 부문에서 가장 먼저 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에이치비엠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램 부문에서 가장 먼저 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라며 “한동안 엔비디아 수요를 바탕으로 에이치비엠 매출 및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낸드플래시 사업에선 수요 감소와 재고 확대로 하이닉스 3분기 전체 사업 적자는 1조5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전망했다.
하이닉스 독주에 삼성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진 분위기다. 삼성은 현재 엔비디아에 에이치비엠3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올해 안에 엔비디아에 에이치비엠3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하이닉스보다 4개월 이상 뒤처져 제품 선점 경쟁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 모델인 에이치비엠4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른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비엠은 아직 초기 시장이라서 현재 점유율과 기술력으로 우위 업체를 평가하긴 이르다. 언제든 시기 변수들로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도 에이치비엠 시장에 본격 가세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에이치비엠3이 샘플을 보내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론은 디램 경쟁력 확대를 위해 일본의 구형 제조 시설을 에이치비엠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에이치비엠 시장 점유율은 하이닉스 50%, 삼성 40%, 마이크론 10% 순이다. 삼성은 하이닉스보다 먼저 선점한 에이치비엠2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에이치비엠 시장이 올해 20억4186만 달러에서 2028년 63억215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