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에이치엠엠(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하림그룹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이 뛰어들었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축인 채권단은 인수 희망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 능력 등을 종합 검토해 다음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참여 기업들이 써낸 금액이 매각 주체가 원하는 금액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알려져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오후 5시 마감한 에이치엠엠 지분 매각 본입찰에 하림그룹·제이케이엘(JKL) 컨소시엄과 동원로엑스를 앞세운 동원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희망 인수 금액으로 5조~6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생각하는 매각 예정가는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희망 인수 금액이 산은 예정가에 훨씬 못미치면서 낙찰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매각 예정가였다. 산은이 매각 예정가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성사되거나 유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에이치엠엠 주식 3억9879만주(57.9%)이다. 예상 매각 가격은 현 주가를 기준으로 삼을 때 8조원가량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날 에이치엠엠 종가 기준(주당 1만6330원)으로 지분 가치는 6조5천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하면 8조원 수준이다.
하림그룹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제이케이엘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고, 동원그룹은 물류기업인 동원로엑스를 앞세워 입찰에 나섰다. 하림·동원과 함께 지난 9월 숏리스트(본입찰 적격후보)를 통과한 엘엑스(LX)인터내셔널은 자금 부담이 워낙 커 본입찰 전부터 발을 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문제는 하림과 동원의 경우 현금 보유 자금이 1조원 안팎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 유상증자,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겠지만 하림과 동원 중 누가 에이치엠엠을 품더라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엠엠 노조에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자본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각을 반대해왔다.
에이치엠엠은 현재 국내 1위이자 전 세계 8위 규모의 해운사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를 대표하는 해운사로 발돋움한 이래 지난해 매출 18조6000억원, 영업이익 9조95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역대급 호황을 누린 결과다.
채권단은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무 상태와 경영 능력, 해운사업 운영계획 등을 살펴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낼 방침이다. 검토에 1~2주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12월 초, 이르면 이달 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낙찰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본입찰 전날 이번 매각과 관련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