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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재벌 총수들 세워놓고 떡볶이 시식…“대통령의 정치쇼” [현장에서]

등록 2023-12-07 17:58수정 2023-12-08 09:53

최재원 에스케이(SK)수석부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석열 대통령,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2023년 12월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재원 에스케이(SK)수석부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석열 대통령,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2023년 12월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다 하다 시장 떡볶이 단체 시식은 처음 보네요.”

20년 넘게 대기업에 몸담은 한 임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시장 먹방’을 보고 한 말이다. 그는 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뒤에 한 줄로 서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선거철 유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쇼’ 같았다”고 했다. 두고두고 대통령과 기업 총수 만남의 ‘나쁜 선례’로 남을 한 장면이라고도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의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 방문이 재계 안팎에서 많은 말을 낳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대거 2030 엑스포 유치전에 동원되는 것도 모자라 ‘민심 달래기용’ 국내 정치 이벤트에까지 불려 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용산발 소식에는 몸 사리며 쉬쉬하던 기업 내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셈이다.

총수 동원 문제는 엑스포 유치전 때부터 말들이 많았다. 주요 그룹들은 1년 전부터 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며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지난 10월부터 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있기까지 두달간 국외에 머물렀으며, 이재용 회장도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부터 11월 초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참석, 11월 중순 유럽 유치 활동 등으로 국내보다 국외에 더 오래 머물렀다. 유럽에 파견돼 유치전을 지원한 한 기업 임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행사 유치에 기업이 나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나라 대표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총수들의 부산 방문은 ‘엑스포 동원령’보다 더 뜬금없다. 엑스포 유치전은 수조원의 경제 효과로 기업도 낙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포장할 수 있지만, 부산 방문은 엑스포 유치에 대패한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내몬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엘지·효성·한화 등은 부산에 주요 사업장이 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도 아니다. 부산 동행 명단에 포함된 대기업의 한 홍보 임원은 “정치 이벤트의 기본은 공감인데, 부산 시민 위로 자리에 기업 회장이 간다고 해서 부산 시민들의 공감이 더 커지겠나. 완전한 판단 미스”라고 비판했다.

총수들이 대통령 순방 등에 동행할 때면 항상 재계와 정치권에서 반복된 말이 있다. 분초를 쪼개 사업을 구상해야 할 총수를 대통령 행사에 들러리로 세우는 건 국가 경제 손실이란 말이다. 특히 기업에 4분기는 내년을 위한 인사와 사업 전략 등을 짜는 중요한 시기다. 이 기간 상당 시간을 엑스포 유치전에 쏟은 기업 총수들을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백댄서’로 이용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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