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 세번째)과 쿠팡 경영진이 2021년 3월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 의장이 쏘아 올린 외국인 총수(동일인) 지정 논란이 3년 만에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동일인 지정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면서다. 쿠팡에서 일하는 김 의장 동생의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한 공정위 판단에 따라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7일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적과 무관하게 동일인을 자연인(총수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정할 수 있는 원칙을 정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한다. 특히 동일인이 법인이 아닌 자연인인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사익 편취 조항이 적용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흔히 재벌 총수라 불리는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 기준 82개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중 자연인은 72명, 법인은 10개다.
하지만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기업집단에 지정된 후 3년간이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서다.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도
통상 마찰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가 두 부처와 협의해 내·외국인 모두에 적용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동일인이 ‘법인’이 되려면 먼저 ‘총수 중심의 국내 계열회사’와 ‘법인 중심의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해야 한다.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총수 지분이 없어야 하고, 총수의 친족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총수 및 그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 또는 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자연인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아직 김범석 쿠팡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지는 미지수다. 쿠팡 계열사에서 일하는 김 의장 동생이 관건이다. 그는 일반회사 임원급에 준하는 디렉터 직급에 있고, 2022년에 급여로 약 33만3979달러(약 4억3300만원)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에 ‘친족이 임원 재직 등 경영에 참여하는 자’가 없어야 한다고 예외조건을 뒀는데, 임원은 대표적인 예시일 뿐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설명했다. 만약 공정위가 김 의장 동생이 경영에 참여한다고 판단하면 김범석 의장은 쿠팡이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 4년 만에 내년 동일인이 된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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