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스크린, 거거익선(클수록 좋다).
시이에스(CES) 2024에 전시된 전세계 전자 회사들의 텔레비전 신제품을 관통하는 경향이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새 영역인 투명 스크린 텔레비전을 전면에 내세워 기술력을 과시했다면, 중국 가전업체 티시엘(TCL)과 하이센스는 100인치 이상의 초대형 마이크로·미니 엘이디 텔레비전을 앞세워 주도권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시이에스 2024 개막 전날인 8일(이하 현지시간) 사전 부스 공개 행사를 열어 각각 투명 마이크로 엘이디 텔레비전과 투명·무선 올레드 텔레비전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 엘이디와 올레드 영역에서 투명 스크린이 적용된 제품을 선보였다. 엘지전자가 부스 입구에 15개 투명 스크린을 세워 폭포 조형물을 만든 건 올 시이에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로 꼽힌다.
당장 상용화가 빠른 제품은 엘지의 77형(인치) 투명 올레드 제품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출시되며 ‘엘지 시그니처 올레드 티(T)’라는 브랜드명도 붙었다. 투명 스크린의 장점은 전원을 껐을 때 투명한 유리처럼 텔레비전 반대편을 볼 수 있어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명 스크린을 유리 칸막이처럼 활용해 공간을 분리하면서 텔레비전 시청을 할 수 있다. 투명 모드에서 블랙 스크린 모드로 바꾸면 기존 올레드에 준하는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아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레드 스크린보다 4배 이상 생산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투명 마이크로 엘이디 텔레비전을 가지고 이번 시이에스에 참가했다. 다만 마이크로 엘이디는 기존 엘이디보다 100분의 1, 미니 엘이디보단 10분의 1 수준의 초소형 엘이디를 이용해 제조 공정에서 큰 비용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89형 모델 출고가가 1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여서 아직 대중화로 가기에는 길이 멀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명 마이크로 엘이디 텔레비전 공개는 당장 출시보단 경쟁 업체들과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중국 티시엘은 삼성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리고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엘이디 텔레비전을 전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한 ‘텔레비전은 클수록 좋다’는 트렌드를 겨냥한 전시였다. 다만 초대형 마이크로 엘이디의 생산 단가 문제로 초대형 제품은 당장 상용화가 어렵다. 티시엘은 엘지전자와 비슷하게 전시장 입구에 대형 퀀텀닷 미니 엘이디 텔레비전 6개를 세워 폭포 조형물을 연출했다.
중국 하이센스는 올 시이에스에서 110인치 미니 엘이디 텔레비전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엘이디 가운데 가장 밝은 1만 니트(1니트는 촛불 하나 밝기)를 구현한 제품으로 오엘이디와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평가받았다.
한편, 시이에스 2024에 참가하지 않은 애플은 8일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다음달초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시이에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전프로는 사용자가 머리에 쓰고 혼합현실로 보는 것이어서 대형화되어 가는 텔레비전과 달리 ‘개인화’ 모델에 가깝다.
라스베이거스 글·사진/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