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업계 자율규제에 맡기지만
한국선 객관적 잣대 비교만 허용
어기면 ‘최대 징역 2년’ 처벌도 강해
유명모델 선호 광고문화도 걸림돌
한국선 객관적 잣대 비교만 허용
어기면 ‘최대 징역 2년’ 처벌도 강해
유명모델 선호 광고문화도 걸림돌
‘맥도날드 피에로 캐릭터인 ‘로날드’가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한다. 로날드가 길가 벤치에서 버거킹을 먹으며 쉬고 있다.’(버거킹 광고)
‘한 아이가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먹고 있다. 친구들이 맛있다며 집어간다. 꾀를 낸 아이는 버거킹봉투에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담아 먹는다. 친구들은 버거킹 봉투를 보고 외면한다.’(맥도날드 광고)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정면 겨냥한 광고를 내자 맥도날드가 곧장 반격을 가한 실제 광고의 줄거리다. 재미와 비방의 경계가 아슬아슬하지만 번뜩이는 ‘광고 아이디어’를 관전하는 소비자로선 즐겁다. 광고전문가들은 이런 비교광고가 두 회사 모두에게 소비자 시선이 쏠리게 해준다는 점에서 양쪽 다 이익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광고에선 왜 이런 훈훈한 ‘광고 전쟁’을 보기 힘든 것일까. 선의의 경쟁은 커녕 상대를 헐뜯다 감동도 실리도 못 챙기기 일쑤다. 비교광고가 법정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일 근거없이 경쟁사 제품이 위험하다고 광고한 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배달전문 업체인 ‘요기요’가 경쟁사인 ‘배달앱’이 거짓정보를 활용해 비교광고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고,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위메프는 비방 광고 문제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는 우리나라 광고 규제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방통위는 현재 운영 중인 블로그 ‘두루누리’에서 비교광고와 관련해 “해외에선 비교광고에 대한 규제가 빡빡하지 않다. 경쟁사의 로고나 제품을 직접 노출해 비교하는 꽤 높은 수위의 장면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거짓광고처럼 공공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까다롭게 규제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교광고는 2001년 8월 공정위의 ‘비교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이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과장 광고가 도를 넘어서자 지침을 개정해 2002년 7월1일부터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거나 결과물을 인용한 비교광고만 허용했다.
광고를 규제하는 법도 엄격하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부당한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엔 거짓·과장 광고와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 비방적인 광고가 모두 포함된다. 사업자는 자기가 낸 광고 중 공정위 요청이 있으면 사실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면 최대 징역 2년, 벌금 1억5000만원, 과태료 1억원에 처해진다.
아이디어보다는 유명모델로 승부하는 경직된 우리 광고문화도 비교광고의 발전적 경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광고는 소비자 반응을 즉각 유도할 수 있지만, 비교우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제품의 차별화 요소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잘 엮어내야 한다. 이를 잘못 하면 비방광고로 흐를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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