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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공짜 지분 뻥튀기’ 지주사 전환 대주주들에 8000억원 세금특혜

등록 2017-02-19 17:51수정 2017-02-19 18:04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명분 장려
대주주들 부 증대 수단으로 악용
지난 5년 지주사 전환 95명에 7826억 혜택
자회사 주식 지주사에 현물출자시
조특법 38조로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99년 조항 신설 뒤 1년 한시였으나
일몰연장 거듭해 20년째 시효 연장

기업의 대주주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난 5년 동안에만 약 8000억원에 이르는 세금 혜택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짜로 지분을 거의 곱절로 늘리고, 세금 납부마저 연기하는 등 정부로부터 ‘이중 혜택’을 받았다.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된 지주회사 체제가 대주주의 부를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겨레>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서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 현황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95명의 대주주들이 모두 7826억원에 이르는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혜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27개 기업의 대주주(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들이 누린 세금 혜택은 1인당 평균 82억원에 이른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38조2항,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에 해당되는 경우다. 이 조항이 신설된 1999년으로 기간을 확장하면, 대주주들에게 돌아간 세금 혜택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들은 기존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쪼개 지주사와 자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흔히 자회사의 주식을 지주사 지배권 강화에 쓸 목적으로 지주사에 현물출자(맞교환) 하게 된다. 과세특례 조항이 없다면 대주주들은 최초 주식 취득 시점에서 맞교환할 때까지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과세이연 혜택으로 세금을 미뤘다가 나중에 주식을 매각 또는 상속 및 증여할 때 내면 된다.

당장 세금을 물리지 않고 길게는 수십년 뒤로 과세를 미루는 건 엄청난 특혜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이연 혜택을 받게 되면 납부해야 할 세금으로 다른 데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등 최소한 예금이자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납세자인 대주주는 세금을 자기 주머니에 보관하게 되지만, 정부는 해당 연도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조특법 38조2항에 따른 과세특례를 연도별로 보면 2011년 244억원(4명), 2012년 734억원(29명), 2013년 4213억원(27명), 2014년 1159억원(11명), 2015년 1476억원(24명)으로 나타났다. 과세이연이 가장 많은 2013년엔 1인당 평균 무려 156억원의 혜택이 집중됐다. 납세자 비밀 정보라 누가 이같은 혜택을 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2013년엔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은 14개이고, 이 가운데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지주사로 전환한 덩치 큰 상장사는 한진칼(대한항공), 한국타이어월드(한국타이어), 넥센(넥센타이어), 아세아(아세아시멘트) 등 네 곳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대주주들이 세금 혜택을 크게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들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조특법 38조2항은 1999년 지주회사 전환의 물꼬를 튼 공정거래법 개정과 같은 시기에 신설됐다. 정부가 순환출자 등으로 얽히고설킨 재벌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명분 아래 지주회사 설립을 독려하면서 대주주에게 세제 혜택까지 부여한 것이다. 조특법 38조2항은 애초 1년 한시로 도입됐으나, 이후 법 개정을 거듭해 시효를 연장해왔다. 가장 최근엔 2015년 말 법 개정을 통해 2018년 말까지 이 조항의 시효가 연장됐다. 1년 한시로 도입한 조항이 20년째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주주들은 과세이연보다 더 큰 지배권 강화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주주들은 한 기업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부의 증식’을 공짜로 해왔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할된 자회사의 신주를 자사주(자기주식)에도 배정해 의결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술’과 주식 맞교환이 보태져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이 거의 곱절로 뛰기 때문이다. (<한겨레> 2월8일치 1, 10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문제를 차단하려는 의도에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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