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소유한 2000억원대 계열사 주식을 아들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압류했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주식 압류로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15일 신 총괄회장이 주식 거래를 하는 금융사로부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롯데제과 지분(6.8%)과 롯데칠성 지분(1.3%)을 압류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분 가치는 2100억원에 달한다. 압류된 지분의 명의를 바꾸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말 신 전 부회장과 ‘본인 재산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100억원 가치의 지분을 압류한 것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대신 낸 증여세가 2126억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탈세 혐의와 관련한 증여세를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에게 부과된 세금을 대납한 것을 계열사 지분으로 돌려받은 셈이다.
롯데그룹은 압류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 총괄회장은 증여세를 낼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신 전 부회장이 대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의를 갖고 신 총괄회장의 세금을 대납한 것처럼 보였는데,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선의인지에 의문이 든다. 게다가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으로 곤란을 겪는 와중에 이런 조처를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추가할 것으로 보이는 지분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압류를 무효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1·2심 법원으로부터 ‘정신건강 이상’으로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대상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한 롯데 임원은 “임의후견인인 신 전 부회장이 법원의 한정후견인 지정이 확정되기 전에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확보하려고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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