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추혜선 의원(왼쪽 둘째)과 한대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장(맨 왼쪽) 등이 2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가 사내에서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혜선 의원실 제공
포스코의 ‘노조와해 공작’ 의혹을 둘러싸고 노사가 정반대 주장을 펴며 대립하는 가운데, 임직원들이 회사 내부 게시판에 실명으로 회사의 노조탄압을 의심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포스코에선 최근 설립된 포스코 새 노조가 “추석연휴 기간에 회사가 노조와해 문건을 작성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공개하자, 회사는 “일부 직원이 사무실에 난입해 직원을 폭행하고 자료를 뺏어갔다”며 맞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포스코 내부용 소통채널 누리집 ‘포스코 투데이’의 직원 게시판을 보면, 임직원들이 실명으로 포스코가 삼성처럼 조직적으로 노조파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포항제철소 열연부 소속 김아무개 직원은 “(언론과 정의당에서) 수첩 자료, 작성 문건 등 직접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노조와해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는데 … 회사의 해명은 납득할만큼의 자료가 없다”면서 “추석 연휴에도 불구하고 노사 신뢰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휴일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과 (공개된) 자료들이 너무나도 상반된다”고 회사를 비판했다.
포항제철소의 전기강판부 소속 ㅅ직원은 포스코가 일부 직원의 폭행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려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최순실 태블릿(피시) 사건이 떠오른다. … (최순실은) 태블릿이 불법 습득된 것이라며 여론을 불법행위로 몰아가려 했지만, 국민과 법 앞에서 모든 게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직원도 “다이어리 중에 메일로 노조가입을 권유하면 회사에서 직원들 메일을 삭제 가능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면서 “직원들 메일을 하나하나 다 볼 수 있다면 이것 또한 감시가 아닌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지회장 한대정)와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3일 포스코 노무협력실 팀장과 직원들이 포스코 인재개발원에서 노조 무력화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다”며 당시 확보한 문건과 노트를 공개했다. 노조는 “관리자 배포용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악의적 선동, 직원들의 오픈채팅방에 대한 지속적 사찰 흔적들이 가득하고, 직원 배포용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노무협력실이 익명의 직원을 사칭해 정당한 노조활동을 음해하고 노조가입을 막으려는 선전 내용이 담겨 있다”며 “노트에는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이 해야, 미션 분명히 줘야 한다’는 등 경영진의 지시나 관여를 보여주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노무협력실 직원들의 업무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전혀 없다”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와 일부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추석연휴 첫날 일부 직원이 회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동료들을 겁박하고 문서를 탈취한 뒤 노무협력실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회사는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최근 노사 간 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방안 마련이 시급해 휴일근무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 노조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조합원이 1만9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이후 활동이 급속히 위축돼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포스코의 한 간부는 “회사의 끈질긴 와해 노력과 일부 노조 간부의 일탈 행위로 조합이 무력화됐고, 이후 노조를 대신하는 노경협의회도 회사와 유착돼 큰 지지를 못받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계열의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오랜 관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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