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몸담았던 석탄 화력 운영팀 동료들이 슬퍼하고 있다. 태안/김봉규 선임기자
지난해 12월 서부발전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고 한 달이 넘었는데도 정부가 중대재해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미루고 있어 유족과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국무총리가 위원장과 위원을 위촉하는 특별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자들과 유족이 요구해 온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중대재해 원인을 조사·분석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요구엔 일면 호응했지만,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안에 따라 구성될 조사위는 12개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게 된다. 정부는 관계 전문가와 유족·시민 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 현장 노동자로 조사위를 구성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에 정부 관계자도 참여하라는 대책위의 요구와 달리, 정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뒤 ‘고 김용균 시민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어 “정부가 내놓은 것은 대책이 아니라 면피책”이라며 “(조사위가) 누구와 어떻게 논의할지조차 없는 고위 관료들의 언론용 발표”라고 비판했다. 김씨가 숨진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지목됐는데 정규직화 요구엔 즉답을 피하고, 조사위에 실질적인 행정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아쉬움을 넘어 참담하다. 진상조사의 핵심은 책임자를 가리고 재발을 막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의 결과가 현실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사고 때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이 반복되는 것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면하고 감독 결과에 대한 이행점검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 정규직화 내용이 대책에서 사실상 삭제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인가. (위험 업무에서의 비정규직 사용이라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선 죽음의 현장을 개선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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